바이오연료 위한 토지 악용, 기후위기 가속

2019-08-09 11:29:36 게재

IPCC 특별보고서 채택

황폐화로 탄소흡수 저하

바이오에너지 수요증가와 단일경작 등으로 토양이 황폐화함에 따라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간의 활동으로 일어난 기후 변화가 토양 질을 극적으로 악화시키고 인류의 토지 사용이 지구온난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곧 석탄화력발전소나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온실가스 감축만으로는 지구 기온 상승을 1.5~2℃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지난 2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50차 총회를 개최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8일 이번 총회 결과를 담은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 -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을 채택했다. 요약본은 △온난화한 세계에서의 사람·토지·기후 △적응·완화·대응 방안 △이행 가능한 대응 방안 △단기적 조치 등 4개 부문으로 구성했다.

요약본에 따르면 지구 육지 표면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1.53℃ 상승했다. 바다를 포함한 전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0.87℃ )의 2배 가까이 된다. IPCC는 이 같은 기온 상승이 음식과 자원에 대한 인류의 끝없는 욕구에서 비롯했다고 진단했다. 인류가 빙토를 제외한 지구 면적의 72%를 의식주 생산에 사용하고 있으며, 삼림 벌채와 이탄지(유기물 퇴적 토지) 제거 등을 통해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IPCC 제3 실무그룹의 공동 의장 짐 스키아(Jim Skea)는 "토지는 기후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농업, 임업, 그 외 토지 이용과 관련한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 배출량의 23%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토지는 자연적으로 화석연료 이용과 산업 부문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거의 1/3을 흡수한다"고 덧붙였다.

IPCC는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의 영향으로 기후가 변하면서 잦은 홍수와 가뭄, 화재, 해수면 상승, 영구 동토층 해빙 등을 일으켜 토지 황폐화가 악화하고 식량 공급도 불안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단일경작과 바이오에너지 수요 증가로 토양이 황폐화했고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토양 황폐화를 막기 위해 다양한 작물을 함께 재배할 것과 농업 부분에서 화석 연료 사용을 자제할 것 등을 권고했다.

IPCC 제2 실무그룹의 공동의장 한스-오토 푀르트너(Hans-Otto Portner)는 "이미 이용 중인 토지는 기후변화를 겪는 세계에 식량을 제공하고 재생에너지를 위한 바이오매스를 생산할 수도 있지만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서 신속하고 광범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되살리기 위해서도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PCC는 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저위도 지역에서 기아가 늘어나 대이주가 일어나고 고위도 지역인 지구 북부의 산림들의 손상도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가 온실가스 현황 태스크포스팀 공동 위원장 에두아르도 칼보(Eduardo Calvo)는 "지속가능한 토지 관리를 지지하고, 취약 계층을 위한 식량 공급을 보장하며, 온실가스 감축과 동시에 땅에 탄소를 저장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회에는 약 120개국의 기후전문가 350여 명과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이번 특별보고서 집필에는 명수정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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