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모 찬스’ 없는 ‘보통 청년’을 위하여

2019-11-18 10:00:00 게재
유성훈 서울 금천구청장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아직 통할까?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대한민국 사회시스템은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청년들의 좌절감과 박탈감이 나날이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흙수저’ ‘금수저’를 넘어 이제 ‘부모 찬스’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누군가는 ‘부모 찬스’로 어렵지 않게 좋은 대학 진학부터 우수한 기업 취업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반면 어떤 이들은 최저 시급을 받는 알바와 편의점 ‘1+1 삼각김밥’ 행사상품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공정한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요즘 청년들에게 ‘미래’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예전의 것과 많이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 하루가 다르게 어려워지는 취업난 속 청년들의 낮아진 자존감 회복이 필요하다.

밥상 공유하며 일상 공유, 네트워크 형성

금천구는 자존감 회복부터 창업과 진로 설계, 청년들을 위한 재원 마련까지 ‘부모 찬스’가 없는 ‘보통 청년’을 위한 정책을 단계적으로 준비해가고 있다. 그 중 첫째는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청춘삘딩’. 보통의 청년들이 모이는 활동공간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청년 정치인부터 단체 대표, ‘취준생’ 등 다양한 청년들이 청춘삘딩 내 공유주방 ‘대대식당’에 모여 왁자지껄 함께 식사를 준비한다. 요즘 청년들에 인기 있는 ‘소셜다이닝’이다. 청년들은 요리부터 식사 설거지까지 함께 하면서 단순히 한끼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청춘삘딩’은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청년과 협치를 통해 마련한 최초의 시도, 금천형 모델이다. 학교와 사회 중간에 위치한 청년들은 이곳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감정을 나누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찾아간다.

‘대대식당’ 외에도 청년의 활동과 도전을 지지하는 사업 ‘두잇(Do it)’을 통해 커뮤니티 형성은 물론 지역에 대한 미션과 아젠다 중심의 활동, 젊은 예술인 지원 등 다양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청년종합정보센터’로 그 기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청년 창업과 진로설계를 위한 공간 ‘금천청년콜라보홀’은 금천구 지역적 특징을 반영한 곳이다. 대한민국 미래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국가산업단지 ‘G밸리’ 2/3가 금천구에 있고 약 8100여개 기업체, 10만명에 달하는 종사자가 근무하고 있다. 금천구는 최근 이곳에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위해 ‘메이커스페이스 지캠프(G-CAMP)’ ‘디자인 주도 제품개발지원센터(DK Works)’를 마련했다. 아이디어 발굴부터 시제품 생산, 디자인, 제작, 특허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공간이다.

이를 적극 연계하고 활용하기 위해 청년 진로설계 거점 공간 ‘청년콜라보홀’을 조성한다. 연면적 1356㎡에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창업단체 입주공간 40여개와 회의실 주차장 등으로 구성하려 한다. 청년콜라보홀이 청춘삘딩 지캠프 등 창업지원시설과 어우러져 청년창업 활성화 등 상생효과가 기대된다.

또 청년의 자립기반 형성을 위해 ‘청년미래기금’을 매년 5억원씩 적립, 2022년까지 2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청년들 생활안정은 물론 능력개발, 창업육성, 청년문화 활성화 등 원활한 사회진입을 유도하고 자립기반을 갖추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 초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생애주기별 복지지원 체계 고도화를 위한 방편으로 ‘아동청년과’를 신설, 청년정책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모두가 공정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우리는 공정한 사회를 꿈꾼다. 그리고 사회가 공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지금 당면하고 있는 부조리한 사회구조는 누구의 책임일까?

더 이상 ‘부모 찬스’라는 말이 없는 사회, ‘그들만의 리그’가 통하지 않는 사회, 모두가 공정한 출발선에 서있을 수 있도록 기성세대들이 책임감을 갖고 더 나은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할 주요한 전환점이라 생각한다.

금천구는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당당한 지방정부로서 보통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에게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청년들에게 힘겨운 하루하루가 아닌 미래를 꿈꾸고 내일을 기대하는 오늘을 보내는 그 날이 하루 빨리 다가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