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최초 동계 생존수영 훈련 | 대전시 남선초교

"한겨울 에어돔에서 전교생 맞춤형 생존수영 교육"

2019-12-10 13:05:27 게재

대전교육청, 전국 최초 동계 이동식 수영장 운영

수영장 없는 농산어촌학교 '고른 교육기회' 제공

"기막힌 발상의 전환이네요. 수영장이 없는 산골 학교에서 생존수영이라니요…그것도 한겨울에" 대전시 남선초교 학부모들의 반응이다. 9일 대전시 산골마을의 남선초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대형 에어돔 안은 시끌벅적했다. 2교시 생존수영 교육을 앞두고 3학년 아이들이 몸 풀기에 한창이다.

9일 대전시 남선초등학교에서 '학교로 찾아가는 이동식 생존수영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이날 아침 학교와 주변 마을 기온은 영하 5~7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에어돔 안 온도는 20도를 오르락내리락 했다. 에어돔안에 설치한 수영장 수온은 28~30도를 유지했다. 손승헌(남선초교. 6학년)군은 "생존수영을 놀이처럼 배우다보니 물에 들어가는 게 두렵지 않고 재미있다"며 "가족들과 자주 캠핑을 가는데 위기상황에 처해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달 대전시교육청은 '학교로 찾아가는 이동식 생존수영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수영장이 없는 학교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수영장을 활용하지 못하는 농·산촌 시골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대부분 전국 시도교육청이 여름에 생존수영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겨울에도 생존수영 교육이 가능함에 도전한 것이다.

사진 전호성 기자


겨울에 학교운동장에 설치된 이동식 수영장은 아이들 뿐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은 운동장에 설치한 이동식수영장에 관심을 보였다. 4일에는 남선초교 학부모와 지역 선창마을(마을교육공동체) 어르신들이 학교 시설 탐방으로 수영장을 찾았다. 결과, 학생들 수업이 없거나 수영교육을 쉬는 요일에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이 생존수영을 배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남선초교는 계룡산과 연결된 관암산(526.5m) 자락에 위치한 작은 시골학교다. 유치원생 포함 전교생은 56명. 학생 규모가 적고, 체육시설이 열악한 남선초교는 이동식 생존수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박근숙 교장은 "학생 수가 적어 '맞춤형 생존수영' 교육이 가능하고,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친구 관계가 좋아지거나, 학교생활에 자신감도 얻는 일석이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폐교위기에 처했던 남선초교는 다양한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오히려 전학 오는 학생이 늘어나는 추세다.

남선초교 생존수영 위탁을 맡은 김성주 EJ레포츠 대표는 "생존수영교육 핵심은 사고시 스스로 물에 떠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여부다"며 "체온이 떨어지는 저체온증이나 물에 대한 공포를 이기는 훈련을 하는데, 여름보다 오히려 겨울훈련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시교육청이 '겨울에는 안된다'는 편견을 깨고, 실전에 가까운 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동식 생존수영 운영과정을 설명하는 박근숙 남선초 교장. 사진 전호성 기자


남선초교에 설치한 이동식 수영장은 100평 규모에 높이 8m, 풀은 10미터에 달한다. 한번에 20여명이 교육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에어돔 안에는 화장실, 탈의실, 샤워장까지 설치해 물에 젖은 상태에서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배려했다. 이날 교육을 마친 학생들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강사들은 아이들 머리카락을 드라이로 말려 교실로 들여보냈다. 방학을 앞둔 겨울이라 프로그램 운영도 시간에 ㅤ?기지 않는다. 지난달 22일부터 시작한 남선초교 생존수영 교육은 이달 19일까지 진행한다.

프로그램은 학년별로 조금씩 다르게 구성했다. 학생 개인 능력과 물에 대한 적응력 등을 고려했다는 게 김성주 대표 설명이다. 교육과정은 총 8회차로 구성했다. 우선, 물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훈련부터, 물속 지형과 입수 방법 등을 배운다. 이어 숨을 참고 물에 얼굴 담그기, 물에서 걷거나 뛰기 등을 익힌다. 물속에서 숨 참기나 눈뜨기, 호흡법(음~파) 등 수중 장애물 통과나 구명조끼를 입고 벗는 동작을 익힌다. 이어 물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체온 유지법과 체온유지 자세 등을 익히는 동작을 반복 학습한다. 마지막은 타인 구조법과 응급처치 등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지키는 생명사랑 교육으로 마치는 과정이다.

사진 전호성 기자


아이들이 빠르게 물에 적응하도록 교육을 놀이처럼 구성했다. 수영장 바닥에 있는 바둑돌을 줍는 게임의 경우 물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고 적응력을 높여나가는 과정이다. 대전시교육청이 생존수영 교육과정을 새롭게 구축하는 과정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이동식 수영장, 생존수영 시설 대안으로 각광 = 2014년 세월호 참사 뒤 생존수영 열풍이 불기 시작했지만, 학교에 수영장이 없거나 이동거리가 먼 학교들은 언감생심이다. 정부는 생존수영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총리와 장관, 시도교육감들은 생존수영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구체적 실행력은 제시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3,4학년만 의무교육으로 설정했고, 나머지는 자율에 맡긴 상태다. 시도교육감 의지에 따라 생존수영교육이 널뛰기를 하는 이유다.

사진 전호성 기자


전국 시도교육청은 지난해 104만 명에서 올해는 126만명을 대상으로 생존수영을 가르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숫자에만 집착하면서, 교육과정은 '생존'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5년이 되도록 허우적거리고 있는 이유는 교육과정과 현장 실행력 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교육청들은 수영장 입수 횟수와 교육시간(10시간)으로 생존수영 교육이수 여부를 판단한다. 10시간 중 그나마 생존수영으로 분류된 시간은 4시간뿐이다. 나머지는 영법교육이다.

해양 선진국의 경우 학생들의 재능에 따라 '자가 생존법→영법교육→타인구조'까지 이어지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타인구조가 가능한 단계까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이수하지 못하면 졸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학교도 있다. 하지만, 한국 생존수영 교육은 이러한 선진국가 교육과정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수영장 강사들은 학교장과 시도교육청, 교육청은 안전을 강조하는 학교와 학부모 탓으로 돌린다. 교육청과 학교장들은 안전한 교육과정에만 집착한다. 아직도 구명조끼를 입혀서 교육을 하는 '수영장교육'이 진행되는 이유다.

강사들은 "생존수영을 배웠다는 학생 90% 이상은 강이나 바다에서 사고를 당할 경우 죽는다고 봐야한다"며 "수영장 교육은 조류나 파도, 유속의 세기를 감지할 수도 없고, 제대로 교육시킬 강사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열악한 시설도 문제다. 지난해 4월 기준 전체 초등학교 수(6182교) 대비 수영장을 보유한 초등학교는 76개교로 1.2%에 불과하다. 지자체 수영장을 활용하는 비율도 8.4%로, 10%를 넘지 못한다. 농산어촌 지역 학생들은 생존수영 교육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수십억원에 달하는 수영장을 새로 짓거나, 이동거리가 먼 곳까지 가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유치원생들 생존수영 … 입수전 물에 대한 적응력 교육부터. 사진 전호성 기자


이러한 열악한 생존수영 교육과정을 극복하겠다는 게 대전시교육청 의지다. '이동식 생존수영장'을 대안으로 삼고 교육과정을 세웠다. 대전시교육청은 사고에 대비한 실행력 강화교육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물놀이 익사사고 '0'을 목표로 삼았다. 사고 발생시 아이들이 스스로 물에 뜰 수 있도록 실전에 강한 교육과정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다.

대안으로 떠오른 게 '이동식 생존수영장'이다. 그동안 이동식 생존수영을 운영한 교장들은 "학교운동장에서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동과정에서 안전사고, 수영장 수질문제 등이 해결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겨울 생존수영 교육이 시작되자 학부모들의 반응은 뜨겁다. 초교 3학년 이상만 가능한 교육을 유치원까지 가능해졌고, 한 달 동안 집중하다보니 교육효과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최근 시도교육청 생존수영 교육이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의회에서 제기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강사 자격관리나 수영장 수질관리다. 이동식 수영장의 경우는 부실한 시설과 안전문제 등이 도마에 올랐다. 대전시교육청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질관리, 강사자격, 안전관리요원 배치 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남선초교 생존수영 교육과정을 지켜본 남부호 대전시부교육감은 "아이들 스스로 물에 뜰 수 있는 생존수영 교육을 강화해, 단 한명의 아이 목숨도 잃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스스로 물에 뜨는 효율성 높은 생존수영 교육과정을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교육청과 지원청, 일선 학교와 소통하고 실행력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전=글 사진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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