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 '조국사태, 진실은' - 3

"펀드 공시의무자는 익성회장 아들"

2020-02-06 11:05:51 게재

정경심 공시의무 없는데 '허위공시' 기소

자문변호사 '변경공시 필요없다' 조언

"미공개정보, 시장은 호재로 판단 안해"

정경심 교수가 투자한 펀드의 금감원 공시 의무자는 이봉직 익성회장의 아들 이헌주씨로 드러났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검찰이 정 교수를 허위공시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공시담당자가 이씨이고 정 교수는 공시담당이 아닌데도 잘못 기소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 관련해 정 교수측은 '일시 장소 방법이 특정되지 않았고, 주식시장은 그 정보를 호재성 중요정보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정경심 재판 방청권 기다리는 사람들 |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세 번째 재판이 열리는 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방청을 원하는 시민들이 방청권 배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검찰조서에 '공시담당자는 이헌주'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5일 정 교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정 교수의 증거인멸 관련 혐의를 설명했고, 정 교수 변호인은 2차 공판에서 검찰이 설명한 사모펀드 관련 혐의에 대한 반대 주장을 폈다.

정 교수의 사모펀드 관련 혐의는 '허위공시'와 '미공개정보 이용' 등이다. 정 교수가 투자한 블루펀드 설정액이 100억인데 실제로는 14억밖에 투자하지 않았음에도 이런 변경사항을 공시하지 않아 허위공시 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자본시장법상 펀드 구성원은 쥐피(GP)라고 불리는 무한책임사원과 엘피(LP)로 불리는 유한책임사원으로 구성된다. 무한책임사원이 펀드를 운용하고 유한책임사원은 돈만 넣는다.

변호인은 "이 사건에서 업무집행을 하는 무한책임사원은 코링크피이(PE)이고, 정 교수는 투자자인 엘피"라며 "코링크피이의 금감원 보고 담당자는 익성 이봉직 회장 아들인 이헌주"라고 밝혔다. 이씨가 검찰조사에서 '금감원 변경보고나 설립보고 담당자는 자신'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씨는 왜 변경신고를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변경신고를 해본적도 없고 절차가 있는지도 몰랐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코링크피이를 실제 운용했던 조범동씨는 검찰조사에서 "블루펀드에 약정액 100억에 못미치는 14억만 들어왔는데, 펀드 자문변호사에게 '이게 신고대상이냐'고 물었더니, '변경보고 할 필요없다'라고 밝혀서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결국 정 교수는 신고 담당자도 아니고, 담당자조차 '필요없다'는 자문변호사 의견을 듣고 변경공시를 하지 않았는데도 검찰은 엉뚱하게 정 교수에게 책임을 씌웠다는 것이다.

◆범행일시, 장소, 방법 특정하지 않아 = 정 교수측은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범동으로부터 '음극재 공장을 가동한다'는 미공개정보를 듣고 투자해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음극재 정보 자체가 호재성인지 의문"이라며 "실험결과가 좋게 나오면 호재성 정보이지만, 실험결과가 안좋게 나오면 악재성 정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실제로 중요정보인가 아닌가는 시장 반응이 하나의 증표"라며 "매수 이후 주식가격이 더 떨어져 시장에서 이 정보를 호재성 정보가 아니라, 독자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주가가 움직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중국 통신업체와 납품 엠오유(MOU)를 체결했다는 호재성 정보를 받았다'는 혐의도 반박했다. 변호인은 "이게 중요 정보인지, 진실한 정보인지도 의문이지만, 검찰이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전달받았는지 특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주가도 정 교수 투자이후 떨어진 점을 지적했다. 변호인은 "해당 정보가 공개된 이후 주가가 떨어졌는데, 이 공급계약을 시장에서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아니었다고 게 주가흐름으로 설명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 결정 불복하다 혼난 검찰 = 한편 검찰이 재판부의 결정을 따르지 않아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차 재판에서 검찰이 압수한 동양대 피씨(PC)에 있던 이미징 파일을 변호인에게도 열람복사해주라고 재판부가 결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불복하고 '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사건과 관련없는 사람의 사생활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재판부는 "이미 결정된 일이라 이의신청은 의미없고, 이의가 있으면 항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검찰이 계속 '해줄 수 없다'며 변호사가 증거를 가져가지 않아서 안주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사는 보관해도 되고 변호사는 사인이라 보관해서는 안된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데 잘못"이라며 "지난번 결정 이후 검찰에 연락했는데 (전화를) 안받아 복사해 올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검찰은 신속재판을 원하지만 변호인이 안하는 것처럼 매번 언급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신속복사 원하면 밤을 세워서라도 할테니 넘겨달라"로 말했다.

그래도 검사들이 번갈아가며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재판부가 쐐기를 박았다. 재판부는 "저희가 결정을 했고, 우리 결정 잘못돼도 바꿀 수 없다. 이 부분 논의는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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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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