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직은 남직원, 보조업무는 여직원?

2020-03-03 11:10:47 게재

3시STOP공동행동 설문조사

3.8세계여성의날 온라인으로

"메인 업무는 남상사가 남직원에게만 인수인계, 여직원은 항상 보조업무를 담당하게 한다."

"돈을 많이 받는 요직은 남직원들로 채워지고 상대적으로 인정 못 받는 업무들은 여직원을 배치한다."

"예전에 있던 이사가 '우리 회사는 여성 친화적이라 여직원들이 결혼하고 애 낳아도 회사 잘 다니게 해준다. 대신에 임금은 좀 적으니까 그건 이해해라. 너희도 편하게 일하지 않느냐'라는 뉘앙스로 말을 했다."



'3시STOP공동행동'이 1월 16일부터 2월 25일까지 '성별임금격차 실태'에 대해 온라인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얘기들이다. 이번 설문에는 404명이 참여했다.

3시STOP공동행동은 2017년부터 매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해 '3시STOP 조기퇴근시위'를 해왔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에 문제 제기하고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3시STOP공동행동은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정치하는엄마들 등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번 설문에서 '직장내에서 성차별적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경우는 74.0%(복수응답)였다. '당신이 경험한 성차별적 상황을 모두 골라 달라' 질문(복수응답)에 '몇 년을 일해도 항상 최저임금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54.5%, '같은 일을 하는 남자보다 내가 임금을 덜 받는 것 같다' 53.5%, '채용과정에서의 성차별' 45.5%, '가장(생계부양자)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 44.1% 등의 응답을 보였다.

3시STOP공동행동 측은 "성차별적 직장문화는 결국 여성이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제대로 능력을 인정받고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없애버린다"며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꾸밈노동 감정노동 돌봄노동 등은 여성에 대한 통제 기제로 작동해 노동의 저평가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는 분류가 있다"며 "(본디 취지와 달리)'여성친화'라는 이름으로 저임금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데 당연히 임금이 낮기 때문에 남성들은 진입하지 않고 여성들에게 권해지는 일자리들"이라고 덧붙였다.

3시STOP공동행동은 6일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방식의 개별파업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드러내고 여성들이 겪는 성별임금격차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종전과 달리 오프라인에서 모이지 않기로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역시 7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던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여성대회를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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