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폭락에 DLS 원금손실 ‘비상’

2020-03-30 12:41:28 게재

연초 대비 1/3 토막으로 하락

미상환 8847억원 대부분 손실

저유가 지속, 추가하락 우려


국제유가 폭락에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파생결합증권)가 원금손실 위험에 빠졌다.

국제유가가 연초 대비 1/3 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DLS 미상환 잔액 8847억원 대부분은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유가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금손실을 보는 DLS 금액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21.51달러까지 떨어졌다.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은 배럴당 24.93 달러로 5.35% 하락했다. 올해 초 6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가 20달러 선까지 폭락하며 1/3 토막이 났다. 특히 WTI는 지난 18일 20.37달러까지 떨어지며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고점에 비해서 WTI는 64.8%, 브렌트유는 63.8% 떨어졌다. 이에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상품은 대부분 원금손실 위험에 빠졌다.

주요 증권사들이 27일까지 원금손실 가능성이 생겼다고 공지한 DLS는 574개로, 미상환 투자금액은 8847억원에 달한다. 향후 유가 상승 가능성이 낮아 앞으로 만기를 맞게 될 DLS 상품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DLS는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당시 기준 가격보다 35~50%가량 하락하면 원금손실이 발생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에 따라 DLS 조기상환 건수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중도상환은 급증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7일 기준 3월 DLS 조기상환(원화대상)은 60건으로 전월대비 2.5배 감소했다. 조기상환은 기초자산 가격이 조건에 충족할 경우에만 가능한데 유가폭락이 진행되면서 조기상환을 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중도상환 종목수는 349건으로 지난달 90건 대비 약 3.8배 급증했다. 중도상환은 상환조건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자발적으로 상환을 요구하는 건으로 앞으로 유가가 더 폭락할 것이라는 공포에 투자자들이 일부 손실을 보더라도 서둘러 DLS시장을 떠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며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에도 코로나로 인한 수요감소와 유가전쟁이 지속될 경우 원유재고는 6.7억배럴까지 증가하고, WTI는1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난 26일(미국시간) “국제유가가 20%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유가DLS의 발행·판매동향을 매일 확인하고 있다. 유가DLS 투자에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 손실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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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이경기 이재호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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