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추가 하락 우려에 DLS 중도상환 잇따라

2020-03-30 12:04:32 게재

전월대비 3.8배 급증 … 투자자들 "한 푼이라도 건지자"

원금손실 우려되는 미상환 DLS상품, 574건에 8847억원

원유 수요부진에 유가 10달러 선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

국제유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졌다. 10달러 선까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산유국간 유가전쟁이 벌어진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이동이 제한되고 세계 3대 석유 소비국인 인도가 지난 25일부터 전국민 이동 금지령을 내리면서 원유 수요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파생결합증권) 중도상환이 잇따르고 있다. 100% 원금손실이 우려되는 DLS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한 푼이라도 건져 시장을 떠나려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중도상환을 요청한 종목은 349건으로 지난달 90건보다 대비 약 3.8배 급증했다. 그런데 이들이 돌려받는 금액은 246억원으로 전월 보다 4.9배 급감했다. 유가하락으로 많은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조기상환 건수는 60건으로 전월대비 2.5배 감소했다. 조기상환은 기초자산 가격이 조건에 충족할 경우 가능하다. 하지만 유가 DLS의 경우 유가급락으로 원금와 이자를 돌려받지 못한 채 만기까지 상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앞으로도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근 3개월 간 국제유가의 시세를 살펴보면 WTI는 고점대비 약 67.80%, 브렌트유가 약 63.8% 폭락했다. 지난 1년간 고점대비해서는 WTI가 69.28% 하락했고 브렌트유는 66.64% 추락했다.

WTI의 경우 올해 1월 6일 63.27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했으나, 지난 16일 심리적 마지노선인 배럴당 30달러가 깨지고, 18일에는 18년 만에 최저금액인 20.37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올해 1월 6일 배럴당 68.91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달 초까지는 50달러대를 유지하다 지난 18일 배럴당 24.88달러에 이어 27일(현지시간)엔 24.93달러까지 하락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사우디의 증산에 대한 강한 의지 및 인도의 이동제한 등으로 인한 부진한 수요를 감안하면 유가 약세는 상반기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유가 변동성은 최고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읜 Refinitiv(구 톰슨로이터)와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국제유가의 변동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넘어서며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상품이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주요 증권사들은 유가 하락에 따른 DLS 상품의 손실 위험을 연일 고객들에게 알리는 중이다. 각사 홈페이지에서 위험을 공지한 DLS는 574개로, 미상환 투자금액은 8847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대우는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34개에 대해 하방배리어를 터치했다며 손실 위험이 발생했음을 안내했다. 브렌트유의 경우는 20개의 상품이 해당됐다. 한국투자증권은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154건,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159건에 대해 원금 손실 위험을 고지했다. 삼성증권의 경우는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46건,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36건에 대해 원금 손실 조건이 발생했다고 안내했다.

NH투자증권은 DLS상품과 관련해 손실 위험이 있다고 알린 건수는 총 294건에 달했다. 대부분이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KB증권은 '경계 기준 가격 미만 하락 공지'를 통해 총 40개의 DLS 상품에 대해서 손실 위험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상품이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유가 DLS 투자에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 손실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유가DLS의 경우 현재 수준의 유가가 유지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유가DLS의 경우 현재 유가가 20달러대에서 40~50달러로 상승해야 손실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금감원에는 현재 유가DLS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민원 제기는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의 투자 손실이라서 증권사 등의 시스템 리스크는 없다"며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별도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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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이경기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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