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6월물 WTI도 내던졌다

2020-04-22 12:03:21 게재

"상반기 중 공급과잉 해소 어려워 … 원유 저장공간 턱없이 부족"

국제유가가 또다시 대폭락했다. 6월물 WTI 마저 전일대비 40% 이상 추락했다.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폭이 적었던 브렌트유도 20달러선이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원유 공급과잉이 여전한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속에서 실물 수요가 급감하면서 재고량이 급증, 원유 저장 공간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6월물 WTI도 마이너스 추락? =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WTI는 전일대비 배럴당 43.4%(8.86달러) 하락한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6.50달러까지 떨어졌다. 7월물 WTI 역시 26달러에서 18달러로 하락했다. 이날 선물 투자자들은 6월물을 건너뛰고 곧바로 7월물로 갈아타는 움직임을 보였다. 6월물 만기(5월 19일)까지도 원유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전략비축유 매입을 시사했다. 사우디는 감산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으로 원유 저장공간 부족사태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6월물 WTI도 결국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원유 재고 축적 속도가 조절되지 않는다면, WTI 6월물 만기일이 임박했을 때에도(5월 21일)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생산된 원유를 저장할 곳이 없다는 점이 시장 참여자들의 매물 출회를 부추기고 있는 가운데 만기 결제에 따른 현물 인수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변동성이 커졌다"며 "이런 현상은 5월물에 이어 6월물에도 해당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정부지로 솟은 원유 임대보관료 = 국제 원자재 전문 연구기관인 코리아PDS 최은지 책임 연구원 또한 미국 내 원유 저장 공간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유가하락의 큰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속에서 휘발유 등 실물수요 급감으로 정유사 저장시설 및 유조선이 꽉 차서 더 쌓아둘 공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원유 임대보관료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최 연구원은 "200만 배럴을 적재할 수 있는 초대형유조선(VLCC)의 6개월 임대가격은 1년 전 하루당 2만9000달러에서 현재는 하루당 10만달러로 급등했다"며 "1년 임대 계약의 경우 하루당 3만500달러에서 7만2500달러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지난 3주간 12개월 VLCC 임대계약 건수는 과거 3년간 이뤄진 누적 계약 건수보다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브렌트유 20달러 붕괴 =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6.24달러(24.4%) 내린 배럴당 19.3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 배럴당 17.51달러로, 전일 종가 대비 32%나 떨어졌다. 18년여 만에 최저치다.

내륙 유종인 WTI와 달리 해상 유전에서 나오는 브렌트유는 유조선에 기름을 실은 채 바다에 띄워둘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장공간 부족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날 브렌트유 가격이 폭락한 것은 글로벌 석유 수요가 그만큼 부진하다는 방증이다.

저장 능력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수요가 부족해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불안이 유가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코로나19가 진정된다 하더라도 경제활동(교통, 산업등)이 코로나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어야 원유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수요 반등이 가시화 된다고 하더라도 원유재고가 역사적으로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유가 상승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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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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