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폭락에 원유 DLS 줄줄이 '원금 손실'

2020-04-22 12:03:21 게재

3월말 미상환 9226억원

대부분 손실구간 진입

국제유가 폭락세가 이어지면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파생결합증권(DLS)이 줄줄이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믿었던 브렌트유마저 20달러선이 붕괴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더 커졌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WTI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DLS 미상환 잔액은 9226억원이다. 이 가운데 노낙인(No Knock-in) 등 녹인레벨 0%인 상품을 제외하면 녹인 조건이 포함된 DLS는 총 6469억원 규모다. WTI 외 브렌트유와 연계한 DLS까지 포함하면 실제 녹인이 발생한 상품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브렌트유 가격 역시 올해 고점 대비 60% 이상 하락했다.

DLS의 경우 기초 자산 가격이 녹인(Knock-In)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원금손실 발생가능성이 커졌다. 통상 DLS는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가격의 70~80% 이상이면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녹인 레벨(보통 최초 가격의 40~50%)까지 떨어지면 최초가격 대비 만기 가격만큼 수익을 지급한다.

최초가격보다 5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얻는 상품구조이지만 최근 연이은 국제 유가 급락으로 DLS 손실 위험이 커졌다. 올해 초 배럴당 60달러선이던 WTI는 3월초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실패 소식에 30달러선으로 급락한 뒤 3월말부터는 20달러선까지 추락했다. 20일(현지시간)에는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졌고 21일(현지시간) 6월물 WTI도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녹인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는 상품은 지난해 12월과 1월에 발행된 DLS로 WTI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발행 규모는 2767억원 규모로 확인됐다. 특히 WTI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DLS 만기가 대부분 1년 6개월 수준으로 짧은 것도 현재의 원유 가격이 유지될 경우 손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일단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DLS가 조기 상환 주기에 도달한 상품의 상환을 연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조기 상환보다 상환을 연기하며 국제 유가 반등을 기다린다는 계획인데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국제 유가가 반등을 하지 못할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제유가가 안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몰렸다"며 "12월과 1월에 DLS 상품에 투자한 이들의 경우 국제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대부분 유가 연계 DLS는 녹인이 발생해 손실을 회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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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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