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주최 '녹색과학 실험교실'

아는 만큼 다양해지는 꿈, 농업 분야로 길을 열다

2020-12-01 11:00:19 게재

8월 시작 전국 12개 고교 1000명 참여 … 농업에 대한 인식 개선 성과

고교생 1000여명이 참여한 '녹색과학 실험교실'의 올해 수업이 마무리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어촌공사가 주관한 '녹색과학 실험교실'은 8월 경기 화수고에서 시작해 전국 12개 고교에서 진행된 농업 분야 실험 수업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수업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11월 28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농생대)에서 열린 온라인 캠프에서 경험을 발표하며 실험교실 성과를 공유했다.

농업생명과학 관련 실험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경기 과천중앙고 학생들. 사진 이의종


◆농업 분야 진로 희망 고교생에게 뜻깊은 경험 = 이날 캠프에서 김현석 서울대 농생대 부학장은 "농업생명과학은 인류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번 녹색과학 실험교실을 통한 고교별 방문 특강과 실험들이 농생대 진학을 염두에 둔 고등학생들에게도 뜻깊은 경험으로 간직되길 바란다"며 환영인사를 전했다.

캠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서울대 농생대 교수진과 멘토, 참여 고교 생명과학 교사와 학교별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학생 48명이 함께 출석했다.

서울대 교수와 재학생들의 온라인 캠프 멘토링. 왼쪽부터 강지헌(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 신은지(식물생산과학부), 허진회 교수, 안정민(응용생물학), 최서인(산림과학부), 임정민(바이오소재공학) 학생. 사진 이의종


먼저 허진회 서울대 교수가 '농업생명과학 산업의 동향 및 미래'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허 교수는 "고교별로 이뤄진 특강과 실험을 통해 대장균이 농업생명과학 연구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해했을 것"이라며 "지금도 의학 분야에서 DNA 백신을 만들거나 동·식물의 형질 전환으로 새로운 품종 개량할 때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학교별로 진행된 녹색과학 실험교실에서 경험한 실험들이 현재 생명과학 분야에서 어떻게 접목돼 농업의 미래와 연결되는지 설명한 것이다.

이어진 농생대 교수와 재학생들의 멘토링에서는 고교생들의 농업생명과학에 대한 관심과 농생대 진학에 대한 질의응답이 1시간 넘게 진행됐다.

학교별로 농업생명과학 분야 진로·진학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농업하면 여전히 '모내기' '시골'? = 녹색과학 실험교실은 실험을 매개로 농업생명과학 분야 매력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일반고 학생들에게 높은 수준의 생명과학 실험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농업생명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교육과정으로 편성했다. 프로그램은 서울대 연구진이 농업 분야 진로를 기반으로 생명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돕도록 설계했다.

학교별 농업생명과학 분야 진로·진학 특강을 진행한 임정훈 서울대 연구원은 "과학 기술이 농업 분야에 접목된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상상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농작물 재배용 로봇 개발은 난이도가 높다"며 "작물 종류가 다양해서 열매가 열리는 위치가 모두 제각각이다. 수확하려면 익은 정도도 고려해야 한다. 딸기와 당근을 수확하는 로봇은 다를 수밖에 없다. 농업 분야 역시 구시대적 이미지를 벗어나 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험교실은 진로·진학 특강과 '세균의 증식 및 항균 작용' '플라스미드 DNA 분리 및 전기영동' '형광단백질의 발현' 등 3가지 실험 수업으로 구성, 전국 12개 고교에서 진행됐다.

무엇보다 실험교실에 참여한 학생들은 농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농업은 첨단 과학 기술과 결합하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농업이라고 하면 아직도 '농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농업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녹색과학 실험교실'에 참여한 면목고 학생들은 '모내기' '시골' 등으로 대답했다.

이런 현실은 대학 입시에서도 여전히 드러나고 있다. 작년 서울대 정시모집 접수 현황을 보면 농생대는 원서 최종 마감 3시간 전 경쟁률이 0.93으로 단과대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가 최종 경쟁률에선 가장 높은 증감률을 기록했다. 수시 학생부 종합 전형의 확대로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농생대는 가고 싶은 학과가 아니라 점수에 맞춰 희망 대학에 진학하는 수단으로 보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방증이다.

형광플라스미드를 가진 대장균 관찰 장면. 사진 이의종


◆농업 분야 진로·진학 교육 전무한 고교 현장에 단비 = 최근 고교 현장은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이 본격화하면서 희망 전공과 연계한 다양한 분야 수업과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농업생명과학 관련 활동 지원은 전무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대학에 가서 배우는 학문에 대해 실제적으로 접할 기회가 없다보니 취업률 높은 의대나 약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생명과학 분야로 진로진학을 결정한다는 게 교사들의 중론이다.

윤미경 경기 화수고 교사는 "농업이라 하면 학생들도 품종 개량까지는 생각하지만 유전자변형농산물(GMO)까지는 연결 짓지는 못했다"며 "녹색과학 실험교실을 계기로 농업생명과학 분야도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작물을 개발하고 연구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기초에 대장균 실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학생들이 인식하게 돼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수업에 참여한 서울 면목고 1학년 김영민 학생은 "요리사가 꿈이다. 만들고 실험하는 것을 좋아해서 대장균 증식과 형광단백질 발현 실험이 꽤 재미있었다. 농업 뿐 아니라 생명과학 전반에 폭넓게 적용해 볼 수 있어 진로 탐색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산림과학부나 응용생물화학부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경기 화수고 2학년 조석희 학생은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심도 있는 지식들을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어 유익했다"며 "특히 학교에서 함께 실험을 이끌어준 대학생 멘토들과 가진 질의응답 시간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관련기사]
[인터뷰│허진회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 "수준 높은 실험, 농업생명과학 인식 바꾼다"
[인터뷰│윤미경 경기 화수고 교사] "생명과학의 다양한 확장 가능성 인식"

김성배 기자 · 홍혜경 리포터 hkhong@naeil.com
김성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