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서 소각장 신증설 진통

2021-01-28 11:14:08 게재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한

수도권, 앞으로 4년 남았는데

소각장 건립 첫삽 뜬 곳 없어

9년 남은 비수도권도 마찬가지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앞두고 전국 지자체들이 소각장 신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이웃 지자체와 지역주민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약속 시한은 점점 다가오는데 수도권에서 소각시설 건립을 위해 첫 삽을 뜬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주택 수십만호를 더 짓겠다면서 정작 늘어날 쓰레기에 대한 대책은 뒷전이란 비판도 나온다.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생활쓰레기 등을 매립하고 있는 수도권매립지 제3매립장 전경. 인천시는 이 3매립장 매립이 종료되면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를 선언했다. 사진 수도권매립지공사 제공


27일 전국 시·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 수도권은 2025년부터, 그 외 지역은 2030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매립'에서 '소각'으로 정책 대전환을 통해 2025년으로 수명이 끝나는 수도권매립지 대책과 환경오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수도권 지자체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재 하루 매립하는 1600여톤의 생활폐기물을 4년 뒤부터 모두 소각장에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소각시설은 서울 4곳, 경기 26곳, 인천 9곳인데 대부분 처리용량이 포화상태다.

이에 따라 각 지지체별로 소각시설 신증설에 나서고 있다. 서울은 당장 5번째 소각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험로가 예상된다. 시는 신규 소각장 건립을 위해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2차례 입지 공모를 실시했지만 신청지가 없었다. 기존 소각장까지 없애 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양천구 주민들은 "1986년 준공 후 지금까지 운영 중인 양천소각장 때문에 30여년간 고통을 겪고 있다"며 서울시의회에 소각장 폐쇄 청원을 내기도 했다.

서울시는 더 이상 공모가 어렵다고 보고 지난달 15일 입지선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올해 서울전역을 대상으로 입지후보지 타당성 조사용역을 실시한 뒤 주민의견을 수렴해 최종 입지를 선정키로 하고 27일 관련용역을 발주했다.

경기도와 시·군들은 2025년까지 화성 의정부 광주 이천 과천 등 9곳에 소각장을 신·증설하고 수원시 등 4개 소각시설은 기존 소각장을 대보수해 소각용량을 확충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원에선 영통 소각장 사용기한 연장을 두고, 부천에선 기존 소각장의 광역화를 추진하면서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광주시는 이천시와 인접한 곳에 소각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이천시와 갈등을 빚다 결국 분쟁조정절차에 들어갔다. 인천시도 지난해 소각장 4곳을 신설하겠다며 예비후보지를 발표했지만 남동구 등 3개 구가 철회를 요청했다. 현재 운영 중인 송도소각장으로 충분하다며 추가 건설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수도권보다 늦은 2030년부터 가연성 생활폐기물 매립이 금지되는 수도권 이외 지자체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다각도의 생활폐기물 처리대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일부지역에선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경북도는 오는 2023년까지 기존의 19개 소각시설 외에 3개(153톤/일) 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산시에는 기존 시설을 증설하고 김천과 성주에는 신규 설치한다. 순환형 매립시설 활용 극대화, 분리배출 강화 등의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대구시도 성서 자원회수시설 1호기를 개체해 하루 360톤을 처리하고 성서 자원회수시설 2·3호기와 고형폐기물연료(SRF)발전소 등 공공소각시설운영도 활성화한다.

경남 김해에선 장유신도시 소각로 증설을 두고 10년 넘게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장유소각장은 신도시 조성 시 지역난방과 연계해 지난 2001년 가동을 시작했지만 처리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2008년부터 증설을 추진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계속됐고 현 허성곤 김해시장이 소각장 이전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다. 하지만 허 시장은 당선 후 예산 등의 문제를 들어 공약을 철회했고 지난해 증설을 강행키로 최종 결정했다. 반대대책위 등은 시에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경기지역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 보권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선 서울에 주택 수십만호를 짓겠다는데 정작 늘어날 쓰레기 처리 대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 같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택지개발과 소각장 건립 등을 연계해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며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태영 이제형 최세호 차염진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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