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쌍둥이'로 현실을 개선한다

2021-02-24 10:48:36 게재

선진국 다양한 분야서 디지털트윈 활용 … 제조에서 재단안전까지 활용분야 무궁무진

디지털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산업에서 '디지털트윈'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트윈은 가상의 공간에 현실과 동일한 '디지털 쌍둥이'를 구현한 것이다. 단순한 외형 복제를 넘어 사물의 작동 환경이나 현재 상태를 동기화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을 미리 경험해보거나 테스트할 수 있게 해준다. 국내 기업사례를 중심으로 디지털트윈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국내 디지털트윈 기술과 산업의 경쟁력을 살펴봤다.
KT는 자가진화가 가능한 디지털트윈 AI엔진을 활용해 빌딩을 관제하고 있다. 사진 KT 제공


◆선진국 다양한 분야에 적용 시도 = 디지털트윈은 2002년 미국 미시간대 마이클 그리브스 박사가 제품생명주기의 관점에서 최초로 제안한 개념이다. 이후 IoT의 등장과 컴퓨팅 파워의 증대, 최근에는 AI 혼합현실(XR) 기술 등과 결합해 다양한 산업을 중심으로 적용사례가 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2016년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세계 최초의 산업용 디지털트윈 플랫폼 '프레딕스'를 발표했다. 또 독일 지멘스 등도 가세하면서 제조업 측면에서 혁신의 수단으로 디지털트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싱가포르가 도시운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디지털트윈 플랫폼 '버추얼 싱가포르'를 발표해 큰 관심을 끌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최근 미국 영국 등 기술 선진국은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해 제조 도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스마트아메리카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일자리와 비즈니스 기회 마련을 위해 사이버 물리시스템(CPS)을 구축하고 있다.

독일은 CPS 기반 스마트팩토리 구축으로 제조 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디지털전략 2025'를 추진 중이다. 영국은 인프라가 제공하는 성능 서비스 가치의 향상과 사업·기업·환경·경제에 혜택 제공을 목표로 하는 '국가 디지털트윈'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한국판뉴딜 실행을 위한 10대 대표 과제에 디지털트윈을 선정했다.

제너럴일렉트릭 지멘스 다쏘시스템 PTC 앤시스 SAP 등 글로벌 IT기업들도 디지털트윈을 미래 사업 키워드로 정하고 솔루션과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산업혁신 수단으로 주목 = 국내 기업들도 디지털트윈 기술을 혁신수단으로 인식해 산업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트윈은 우선 장비와 설비가 많은 산업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은 마이크로소프트 벤틀리시스템즈와 함께 풍력부분에서 디지털트윈 솔루션을 시범 적용했다.

해당 솔루션은 실시간과 과거 센서 날씨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해 생산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해상에 설치된 풍력발전은 멀리 떨어져 있고 접근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정비와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두산중공업은 디지털트윈을 통해 이 같은 한계를 해소했다.

디지털트윈이 접목된 풍력 발전기의 실시간 장비·환경 데이터는 시스템 담당자에게 전송된다. 설비 담당자는 이를 기반으로 가상의 쌍둥이 모델에서 다양한 사건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시뮬레이션에서 나온 개선된 결과는 곧바로 장비로 전송돼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시킨다.

장세영 두산중공업 상무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바탕으로 풍력발전기 가상모델을 빠르게 구현했다"며 "먼 거리에 있는 풍력 발전 설비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설비에 대한 더 높은 운영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도 공장운영 최적화를 위해 디지털트윈을 구축 중이다. 사이버 상에 GS칼텍스 생산본부와 동일한 쌍둥이 공장을 구축해 현실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모의실험을 통해 다양한 결과를 예측하기 위함이다.

GS칼텍스는 운전영역의 디지털트윈은 이미 구축했다. 2018년부터 실제 공정을 모사한 모델을 기반으로 한 교육시스템인 'OTS'다.

GS칼텍스 임직원들은 OTS를 사용해 공정가동 가동중단 비상대응상황을 실제와 동일하게 경험·훈련해 볼 수 있다.

GS칼텍스는 또 공장 내 전체설비와 이에 연계된 데이터를 3D공정모델을 통해 볼 수 있는 '3D설비정보넷'도 구축 중이다. 3D설비정보넷을 통해 현장에 나가지 않고도 정비이력 설계도면 운전현황 등 공정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분석함으로써 효율적인 설비 관리가 가능하다.

LGCNS가 디지털트윈 기술로 현실 설비를 3D로 시각화해 가상세계로 구현한 모습. 사진 LGCNS 제공


◆사회 모든 분야로 적용 분야 확대 = LGCNS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디지털트윈을 판토스를 비롯한 국내 식자재 유통기업 뮬류센터에 적용해 효과를 보고 있다. 물류센터는 이상 발생 시 즉각 대응이 필수적이다. 이상 상황은 배송지연 배송불가로 직결된다. LGCNS가 구축한 디지털트윈은 이 같은 물류센터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한다.

LGCNS는 물류센터 기계와 장비를 컴퓨터 가상으로 구현했다.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물류 설비에 장착해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3D 화면으로 모니터링한다. 디지털트윈 솔루션은 IoT 진동센서, IoT 온도센서를 통해 이상 징후를 포착하면 3D 화면에 즉각 신호를 보낸다.

LGCNS는 디지털트윈과 AI를 결합한 '디지털트리플렛' 기술도 연구 중이다. 디지털트리플렛의 '트리플렛(Triplet)'은 세쌍둥이라는 뜻이다. 트리플렛을 이용하면 물류센터 설비 확장이나 물량 변경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설비라인 재배치와 공간 활용성 극대화가 가능하다.

KT도 디지털트윈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가진화가 가능한 디지털트윈 AI 엔진 기가트윈을 개발했다. 기가트윈은 적은 데이터로 초기 학습 모델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고 이후 쌓이는 데이터를 가지고 강화학습을 하는 등 스스로 진화한다. 최신 이슈를 지속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기가트윈을 교통 분야에 적용하면 공간 모델을 만들어 전국의 실시간 도로 상황을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2시간 이후의 교통 흐름 변화를 정확도 88% 수준으로 예측해 낸다. KT는 이 엔진을 10개 광역단위 교차로의 교통 신호 제어 시스템에 적용해 신호 최적화를 시행하면 교통 정체의 약 20%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털트윈 경쟁력 미국의 82.3% 수준 = 한편 한국의 디지털트윈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쳐져서 국가 주도 세부적인 발전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IITP가 2019년 8월 발표한 '2018년 ICT 기술수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술수준은 미국의 82.3%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유럽 (93%), 일본 (87%), 중국(83.3%)은 미국과의 격차가 우리보다 적었다.

국내 연구진이 내놓은 연구성과도 미흡한 상황이다. IITP가 NTIS(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 R&D 과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 디지털 트윈 관련 정부 연구과제 지원 건수는 2017년 12건에서 2018년 36건, 2019년 127건, 2020년 259건으로 매년 약 2.5배씩 증가했다.

그러나 과제 결과물을 대외에 발표하는 특허는 22건, 논문은 44건에 그쳤다. SCI(과학기술인용색인)급 국외 논문은 단 1건에 불과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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