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많은 오사카 번화가 땅값 28% 폭락

2021-03-26 12:18:24 게재

일본 3대 도시권 공시지가 8년 만에 하락 … 코로나로 외국인 관광객 급감, 상업지역 초토화 영향

부동산 투자업계에서는 "3%대 높은 수익 매력"

일본 대다수 지역의 정부 고시기준 땅값이 하락했다. 특히 한국인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일부 유명 관광지의 공시지가는 30% 가까이 추락한 곳도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일본을 찾는 해외방문객이 급감하고, 일본 내부 소비도 줄어들면서 음식점과 상당수 서비스업종의 점포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일본 오사카 유명 관광지 도톤보리 지역.


일본 국토교통성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1년 1월 현재 공시지가는 전국적으로 평균 0.5% 하락했다. 일본 내 평균 공시지가가 하락한 것은 6년 만이다. 상업지역은 0.8% 떨어져 하락폭이 더 크다. 지난해 3.1% 올랐던 것에서 하락으로 반전했다.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 등 일본의 3대 대도시권 상업지역 공시지가는 1.3% 하락했다. 이들 지역의 상업지역 공시가가 하락한 것은 8년 만이다.

특히 오사카지역의 하락이 눈에 띈다. 지난해 상업지역의 공시지가가 6.9%나 급등해 3대 대도시권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오사카권의 상업지 공시지가는 올해 마이너스 1.8%로 돌아섰다. 이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오사카의 상업지 공시지가가 이처럼 큰 폭으로 하락한 데는 한국인도 많이 찾는 도톤보리 지역 등 유명 관광지가 코로나19로 된서리를 맞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사카 도톤보리 일부지역은 지난해에 비해 28%나 하락했다. 이 지역에서 100년 이상 영업을 한 한 복어요리집은 지난해 9월 문을 닫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지역의 많은 음식점과 서비스 관련 업종 점포가 높은 임대료 등을 버티지 못하고 가게 문을 닫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임대료를 크게 내려줘도 새로 들어올 임차인을 찾을 수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도쿄도 마찬가지다. 젊은층과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아사쿠사지역은 지난해 대비 4.0% 하락해 도쿄에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긴자가 있는 주오구(3.9%)와 신주쿠구(3.1%)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을 중심으로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쓰이스미토모 트러스트기초연구소 사카모토 마사아키 연구원은 "지난해 공시지가가 크게 하락한 것은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감소에 따른 것"이라며 "올해 이후에도 대도시권에서는 10~20%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지의 공시지가도 전국적으로 0.4% 하락했다. 국토교통성은 "임금수준이 하락하고, 개인과 기업들이 가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주택지역은 상승한 곳도 있다. 재택근무의 확대 등으로 대도시 근교의 비교적 오래된 아파트와 맨션, 별장 등을 찾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가노현 일부 주택지역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상승한 지역도 있다. 두 개의 지역에 생활거점을 두거나 아예 새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생기면서이다.

상업지와 주택지에 반해 공업지역은 0.8% 상승해 6년 연속 올랐다. 온라인 판매가 확대되고 배달 문화가 확산되면서 물류시설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물류거점인 도쿄 인근의 치바현 마츠도시와 후쿠오카현 치쿠노시 등의 상승 폭이 컸다. 고속도로를 끼고 있어 교통 접근성이 좋은 요코하마시 일부 지역은 공시지가가 11.1% 상승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 서비스회사 JLL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부동산 투자액은 4조5714억엔(48조원)으로 전년에 비해 4% 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해외투자자의 비중은 34%를 차지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수준을 회복했다.

일본 부동산시장의 매력은 초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장기금리와 부동산 투자에 따른 투자이익의 차이가 커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부동산투자신탁(REIT)의 이자율과 장기금리의 차이가 지난해 1월 기준으로 일본은 3.4%에 달해 2% 수준인 미국이나 싱가포르 등에 비해 높다. 올해도 2월 현재 3.6% 수준으로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1월 캐나다 연금운용기구인 아이반호캠브리지와 홍콩의 PAG는 일본 물류시설에 최대 435억엔(4570억원)을 투자하기 위해 별도의 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본은 여전히 새로운 하이브리드 물류시설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높은 수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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