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이커머스 경제, 중국 농민공 일자리 위협

2021-03-26 12:18:24 게재

코로나19로 노동시장 대규모 전환

농민공 일자리 22~40% 영향 받을듯

코로나19 이후 전세계 노동시장이 대규모 전환을 겪으며 저임금 일자리 비율이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원격근무가 계속되고 '이커머스 경제'와 '택배 경제'의 성장이 이어지며 자동화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취업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4일 중국 매체 차이신은 맥킨지 보고서를 인용해 2030년까지 중국 노동자 2.2억명(전체 노동력의 30%)이 자동화 기술 도입 가속화로 직업을 바꾸게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중국 노동시장에서 3차산업의 비중은 빠른 속도로 확대돼왔다. 1978년 10% 수준에 불과했던 3차산업 비중은 2005년 30% 정도로 늘었고 2019년에는 47%를 기록해 취업시장의 절반 가까이가 3차산업에서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로 인해 이러한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 중 첫번째는 하이브리드 원격근무 확대다. 선진국에서는 노동력의 약 20~25%가 일주일에 3~5일은 집에서 일하고 개발도상국에서는 이 수치가 10%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4~5배 늘어난 것이다.

맥킨지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중국 근로자의 80%는 여전히 일주일에 하루 미만으로 원격 근무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향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 도심의 대규모 통근, 음식점 및 소매업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두번째는 '이커머스 경제' 비중 증가와 '택배 경제'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2020년 택배 경제 발전 속도는 2~5배 증가했다. 실물소비 회복이 빠른 중국에서도 전체 소매 판매에서 디지털 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은 1.6배 높아졌다.

원격 의료, 인터넷뱅킹 및 스트리밍 미디어 등 다른 유형의 디지털 거래도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는 여행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오프라인 매장과 레스토랑의 저임금 일자리를 빠르게 줄였고 대신 물류센터 등 배송 직종의 일자리를 증가시켰다. 중국의 이커머스, 택배 및 소셜미디어 일자리는 2020년 상반기에 510만개 이상 늘었다.

세번째는 자동화와 인공지능 적용 가속화다.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에 대응해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더 서두르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제조공장과 창고에 로봇이 점점 더 많아지고 고객 응대 업무를 위한 셀프서비스 키오스크와 서비스 로봇 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실외생산 및 유지보수 분야에서 자동화는 더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노동력 전환의 규모는 코로나19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며, 저임금 일자리 비중이 처음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와 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교육) 분야의 고임금 일자리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식품서비스와 고객판매 및 서비스 일자리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물류창고 등 신규 일자리가 계속 늘고는 있지만 식품 및 판매 서비스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직업의 3분의 1가량이 중국에서 변경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농촌에서 도시로 나와 취업한 중국의 농민공들이 가장 큰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2019년 기준 약 3억명에 육박하는 이들의 일자리는 자동화 기술에 의해 22~40%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은 2050년까지 1인당 GDP를 고소득 경제권의 70%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1인당 GDP가 4.7%, 임금은 4.9%의 연평균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중국이 노동자의 자질과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거대하고 젊은 시장을 활용해 디지털 기술을 채택하고 정부-기업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직업 교육 경로를 최적화하는 등 기술개발 시스템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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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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