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운하 막혀도 HMM 주가 올라

2021-03-26 10:41:57 게재

사태 길어 운임상승 예상

사고선박 두동강나면 최악

수에즈운하가 막혔지만 HMM(옛 현대상선)의 주가는 8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운하를 가로막은 선박의 사고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내 조선산업의 기술경쟁력도 다시 조명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HMM 주가는 25일 전 거래일 대비 1.03% 오른 2만9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 수에즈운하 사고 소식이 국내에 본격 알려졌지만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32%가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폭 오른 해상운임이 수에즈운하 사고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운하를 관리하는 이집트의 수에즈운하관리청 등은 25일 사고선박을 모래에서 끄집어내 물에 띄우기 위한 작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운하 양쪽에 대기 중인 선박은 25일 165척으로 알려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180여척(외신보도)으로 늘었다. 사태가 장기화될 수록 대기 선박 수는 더 늘어나게 된다. HMM, 글로비스 등 국내 선사들의 선박도 운하 앞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HMM 선박 중 한 척은 유럽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23일 운하 앞에 도착, 현재 대기 중이다. 30일에는 유럽으로 향하는 배와 유럽에서 돌아오는 배 한 척이 각각 운하 앞에 도착할 예정이다. 모두 2만4000TEU급 초대형선으로 사고가 난 선박(2만TEU급)보다 큰 규모다.

화물을 운송해야 하는 수출입기업들은 제 날짜에 화물이 도착하지 못 할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로 들어오는 유조선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컨테이너화물이나 자동차 등은 수에즈운하를 통과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제작을 담당하는 한·중·일 3국 조선소들의 희비도 엇갈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 건조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관련 사고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어 해외 선주들이 한국조선소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예측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6m 길이 컨테이너 2만4000개를 실을 수 있는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각각 7척, 5척 건조해 지난해 HMM에 인도했다. 현대중공업도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건조하고 있고, 이 중 두 척을 이달 HMM에 인도했다.

한편 수에즈운하당국은 운하를 가로막고 있는 선박을 모래에서 꺼내 다시 부양하기 위해 선체주변의 모래와 진흙을 준설하고, 배에 실린 화물과 연료를 제거하는 작업 등을 진행 중이다. 영국의 BBC방송은 "모든 작업은 선박의 안정성을 계산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한 후 실행해야 한다"며 "현재 최악의 상황은 선체가 절반으로 쪼개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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