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부족 전망 '독립이냐 동맹이냐'

2021-03-26 10:24:23 게재

디트로이트무역관 "공급부족은 호재"

전기자동차 배터리(이차전지) 공급부족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이는 한국기업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코트라(KOTRA) 미국 디트로이트무역관은 '미국 자동차기업의 배터리 부족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의 전망을 인용, "2020~2025년 전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필요한 배터리 용량은 약 6배 증가하고, 2050년까지 60배 더 많은 배터리 용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경제매체 AXOIS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리튬 배터리 글로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도 "파나소닉·LG·CATL 등 주요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가 최고 속도로 공급해도 2022년쯤 배터리 부족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 독립을 선언하거나 동맹을 강화하는 등 저마다 다른 전략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GM은 동맹을 통해 배터리 공급 안정화를 추진한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 '얼티엄셀즈'는 2019년부터 오하이오주에 미국내 최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미국 테네시주에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공장 설립방안을 추진 중이다.

순조롭게 이 두 공장이 완공돼 배터리 생산에 들어갈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미시간 공장까지 합쳐 전기차 총 97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65GWh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가지게 된다. BMW도 최근 CNBC 방송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기보다 삼성SDI 등 주요 공급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배터리 공급을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배터리 독립을 선언한 기업들도 있다. 테슬라는 CATL 파나소닉 LG 등 다양한 배터리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왔으나 지난해 9월 '배터리 데이'에서 반값 전기차 배터리팩을 자체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도 지난 15일 '파워 데이' 행사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직접 만들겠다고 발표하며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폭스바겐은 이 행사에서 유럽에 6개 배터리 공장을 짓고 연 240GWh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코트라 디트로이트무역관은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시장이 한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부족 현상은 배터리 강국인 한국기업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들이 배터리생산을 인소싱하려고 공장을 짓고 준비하더라도 시간이 수년은 걸릴 것"이라며 "OEM들은 GM처럼 배터리기술을 가진 회사와 합작으로 공장을 설립해 투자부담을 줄이는 등의 방법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국이 배터리 분야 세계 1위를 확고히 하려면 꾸준한 상생과 동맹의 노력이 요구된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도 소재 경량화 등 전기차 대응 전략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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