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견인차 K제약바이오

세계 진출할 '블록버스터 신약' 만든다

2021-03-26 11:09:31 게재

지난해 기술수출 10조원 넘어서 … 제약바이오, 미래 빅3산업으로 선정

코로나19 세계대유행(펜데믹)이 빨라야 내년 하반기 쯤 풍토병 수준으로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향후 감염병 유행은 5∼6년 간격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제약바이오의 역량 수준은 국민 생명과 건강, 나아가 사회 경제 활동에 악영향을 주는 감염병을 막을 수 있는 열쇠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제품들은 인류 건강에 기여하는 동시에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제약바이오업계도 세계적 신약 창출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들어갔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을까. 시민들의 머릿속에 떠오는 의약품은 대부분 광고·선전으로 낯익은 '펜잘' '인사돌' 등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들이다. 국민들 대부분은 주요 치료약은 수입해서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는 많은 변화 발전이 있었다. 기존의 복제약품 위주 생산과 유통을 넘어서서 신약개발 연구개발 단계로 들어섰다. 위탁생산 확대와 해외수출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한미약품이 선두주자로 나서 다양한 기술수출의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해는 총 14건 10조1492원의 기술수출을 달성했다. 알테오젠 유한양행 SK바이오팜 보로노이 레코켐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정부 지원을 받아 글로벌 기술수출을 이뤄냈다.

◆제약바이오업계 10년간 혁신 이어져 =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위탁생산 능력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 삼성바이오로직스 GC녹십자가 코로나19 백신 생산기지가 됐다. 기술수출과 위탁생산이 K-제약바이오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해외리서치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지위가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리서치기관인 롱지튜드가 글로벌 바이오기업 싸이티바와 공동으로 진행한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회복지수'(Global Biopharma Resilience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수준은 아시아 최고이고 전세계 7위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공급망 회복력 △인력 접근성 △연구개발 생태계의 강도 △제조프로세스의 품질과 민첩성 △산업지원에 대한 정부 정책의 유효성 등 5가지 요인을 바탕으로 분석한 것이다. 20개국 1100명 이상의 제약바이오기업 경영자 및 정책 관계자들을 설문조사했고 주요 관계자 10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위축된 제약바이오산업이 회복될 수 있는 자생력을 의미한다"며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극복이 성장 기회로 = 지난해부터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 세계대유행(팬데믹) 상황이 역설적으로 제약바이오산업에 활력과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팬데믹이 빨라야 내년 하반기쯤에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변이 바이러스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위탁생산 사업의 호황은 최소 2년 정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5∼6년 간격으로 발생하는 세계적 감염병 유행 전망도 제약바이오산업 활성화 요인이다.

이혜린 박종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끝나지 않은 COVID19 백신 이야기'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펜데믹 상황에서 풍토병으로 진행되는 시간을 단축하려면 백신 접종이 필수적"이라며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후속 백신 개발과 풍토병에 대비한 백신의 국내 자급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2021년 3월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코로나19 백신 8건과 치료제 15건을 임상개발 중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를 통해 '제약주권'을 확립하고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보건안보 강화와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 글로벌 진출 가속화, 산업환경 혁신 등 4대 과제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조속한 개발을 촉진하고, 원료의약품 자급률 증대 등 안정된 공급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최근 역대 최저(16%)를 기록했다. 협회는 2000여가지 원료 성분 중 국산화가 시급한 성분 200여개를 선정해 5년 뒤 자급률을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미국 보스턴에 '한국제약바이오혁신센터'(가칭 KPBIC)를 설치, 본격 운영한다. EU 거점국가에도 제2의 KPBIC 설치를 추진한다. 미국 MIT 산학협력프로그램 컨소시엄과 영국 생명과학연구소 연계 글로벌 협업 프로그램 가입도 추진한다.

원 회장은 "이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도 글로벌 개방형 혁신을 통해 세계적 대열에 합류할 시점"이라며 "무엇보다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전 과정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30일 'K-블록버스터 글로벌 포럼'을 연다. 국내외 석학과 전문가를 초빙해 한국형블록버스터 개발전략을 모색한다.

◆신약개발 전주기 총력지원 =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약바이오를 '미래형자동차' '시스템반도체'와 함께 미래 국가경제를 견인할 빅3산업으로 선정했다. 세계적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자본 조성계획도 발표했다.

이어 재생의료 선도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향후 5년간 추진할 첨단재생의료 정책의 밑그림을 제시하기도 했다.

첨단재생의료는 줄기세포와 유전자치료 등을 활용하는 차세대 의료 기술이다. 살아있는 세포를 이식해 손상된 인체조직을 대체 또는 재생한다. 이 기술은 질병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완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체 세포를 함유한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조직공학제제 등 첨단 바이오의약품을 이용한 치료도 여기에 포함된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출범 = 보건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와 함께 지난 1월 21일 제1차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 바이오의약품 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5개년 기본계획(2021∼2025)을 수립했다.

바이오의약품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해 2030년까지 10년간 5955억원 규모의 국가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한다. 치료제 생산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를 국내에서 자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첨단재생의료사업단은 오는 5월 출범한다.

3월 4일에는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구성됐다. 국가 신약개발사업은 △유효·선도물질과 후보물질 발굴 △비임상 △임상 1·2상 △사업화까지 신약개발 전주기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7월부터 2030년까지 10년 동안 총 2조1758억원(국비 1조4747억, 민간 7011억원)이 투입된다.

현수엽 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과정에서 범부처가 협력하면서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인적 투자와 예산 확보 등을 지원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좋은 경험이 쌓이고 있다"고 말한다.

범부처가 총력적으로 나서 신약개발 기초연구부터 사업화까지 전주기적 지원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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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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