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시대의 독일 아우스빌둥│(4) 기후위기와 아우스빌둥

녹색기술 독보적 경쟁력 갖춘 독일의 비밀

2021-04-06 11:45:38 게재

환경운동으로 창업해 녹색산업 전환 … GDP 4.6%지만 세계시장점유율 14% 차지

기후위기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산업구조의 전환을 꾀한다. 2025년까지 73조4000억원(국비 42조7000억원)을 투자해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65만9000개의 녹색산업 일자리를 만든다. 공공시설 제로에너지화, 국토·해양·도시 녹색 생태계 회복, 효율적 에너지관리를 위한 지능형 스마트 그리드, 신재생에너지 확산, 전기차·수소차 보급, 녹색선도 유망기업 육성, 저탄소 녹색산업단지 등이 과제다. 교육부도 그린뉴딜에 필요하고 장래성 있는 직업을 고민한다. 이제 이런 고민을 구체화하고 필요한 직업능력을 커리큘럼으로 만들어야 한다. <편집자주>

재활용 및 폐기물 관리자 아우스빌둥 모습. 아우스빌둥은 3년 동안 진행된다. 아우스빌둥이 끝난 고졸 초임이 세전 1800~2300 유로(240만원~306만원)에 달한다. 연방직업훈련협회에 따르면 이 직종 아우스빌둥을 마치면 기술인력 수요가 많기 때문에 취업이 매우 용이하다. 출처: https://www.azubi.de


녹색기술에서 독일은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 194개국 전체 GDP에서 독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4.6%지만 녹색기술 세계시장점유율은 14%이다.

정부 주도의 한국과 달리 독일은 1970년대 환경운동진영이 신재생에너지 기업 창업을 시작했다. 독일 녹색산업의 출발점이다. 현재 절반에 가까운 재생에너지 설비가 농민을 중심으로 한 일반 개인이 소유한다.

시민들이 에너지협동조합을 직접 설립한다. 에너지주식회사에 조직적으로 투자해 재생에너지 산업을 주도한다. 풍력설비 50%가 개인소유다. 시민이 설립한 에너지협동조합이 2015년 1013개에 이른다.


◆환경과 기후 보호, 미래 유망한 직업 = 독일의 환경과 기후보호 산업은 기술경쟁력과 국민적 지지로 미래가 밝다. 독일 환경청 설문조사에서 국민 2/3가 환경과 기후보호를 지지하고 에너지, 농업 및 운송 부문의 정책적 지원을 찬성한다.

1970년대엔 환경과 기후보호 관련 직업에 관심 있는 사람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환경과 기후보호 관련 직업은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다수 환경 및 기후보호 직업이 사회시스템 유지에 중요한 직업 상위로 분류됐다.

2020년 7월 프리드리히 후베르트 에스너(Friedrich Hubert Esser) 연방직업훈련협회 대표는 "그간 아우스빌둥에서 환경과 기후보호가 충분히 강조되지 못했다"며 환경과 기후보호 직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중요한 아우스빌둥 직업은 △위생·난방·공조 설비기술자 △에너지 및 빌딩 엔지니어링 기술자 △빌딩시스템 통합 전자기술자 △지붕건축 기술자 등이다. 이들 직업은 빌딩의 에너지효율성을 높여 기후를 보호하는 대표 직업이다.

△하수도 기술자 △재활용 및 폐기물 관리자 △배수관·하수도 및 해당 제조서비스 인력 △상수도 기술자도 생활 속 환경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우스빌둥 직업이다.

이들은 식수를 준비하고 사용된 물을 정화해 물의 순환을 돕는다. 하수도망이 작동하는지 관리한다. 폐기물을 처리하고 재활용하는 책임을 진다. 이 직업은 4대 환경기술 전문직으로 분류된다. 디지털화가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직종이다.

14개 환경 및 기후보호 아우스빌둥 '녹색직업'으로는 △양조기술자 △농업·어업·임업기술자 △가사관리사·도우미 △농업 서비스인력 △농식물 배양기술자 △유류제품기술자 △사냥인력 △말과 그외 가축사육사가 있다.

현대적인 기술을 활용해 토양 식물 동물을 다루는 직업으로 환경 및 기후보호에 중요하다. 가정관리사·도우미는 가정에서 소비하는 제품의 원산지를 관리하고 소비상품과 내구재 구매에서 지속가능성을 관리한다.

◆지속가능성 돌보는 다양한 직업군 = 차량 배기가스는 전세계 온실가스의 1/5을 차지한다. 전기차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차량이다. 전기차 관련 약 20개 직업이 환경과 기후보호에 관련된다.

△전기 및 정보통신(IT)제조 △전기 및 정보기술 판매 △차량정비 기술인력 △철도운전 및 신호원 △버스 및 트럭 운전기사 △운수 행정직 △승무원 △철로건설기술자가 중요하다.

지속가능성 관련 서비스 판매직은 △운송·물류·택배 서비스인력 △무역업 및 도매업 판매원 △소매업 판매원이 환경 및 기후보호에 중요하다. 소비 세계화는 운송과 물류의 세계화를 촉진한다.

판매직은 상품 배송, 취급 및 보관을 계획하고 조직한다. 수송수단으로 비행기를 권할지, 선박 기차를 권할지, 운송수단의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생태적인 것을 고려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소매판매원은 소모품과 내구재의 생태적인 측면을 고려해 판매전문가로서 제품에 대해 조언한다.

제지기술자와 포장기술자의 환경친화적 포장관리도 중요하다. 제지기술자는 폐지를 최대 7번까지 재활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 대신 폐지로 만든 포장지의 사용률을 높이는 일이 이들의 손에 달렸다.

포장기술자는 과잉포장을 지양하고 '지능형' 포장으로 자원절약 방식으로 포장을 설계한다. 지능형 포장은 센서(감지기)를 통해 내용물을 확인하고 수송 방법과 거리 등을 고려해 적정한 포장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환경 및 기후보호 직업들은 3년~3년 6개월에 걸친 아우스빌둥을 통해 직업자격을 취득한다. 아우스빌둥을 마친 고졸인력 세전 초임은 약 월 200만~400만원(약 1600유로~2800유로)이다. 독일은 모든 직업을 검토해 환경과 기후보호 관련성을 분석하고 관련 직업의 훈련프로그램을 친환경적으로 바꿨다. 환경에 기여하는 바는 일상에 가깝고 구체적이다.

◆한국, 65만9000개 그린뉴딜 직업훈련 필요 = 우리 정부의 그린뉴딜은 어떤 직업을 육성하려고 하는가?

65만9000개의 일자리를 직업과 직업능력에 맞게 분류하고 환경과 기후보호를 위해 어떤 일을 할지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세계적 추세에 뒤지지 않도록 발 빠르게 구체성을 갖춰야 한다.
 

정미경 박사는
한독경상학회 아우스빌둥위원회 위원장이다.

현재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며 단국대 초빙교수로 있다.

독일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동 대학에서 강의했다.

독일의 직업훈련제도, 한국과 독일 인적자본 투자의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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