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비해 회계개혁 동력 떨어지는 독일

2021-04-08 12:37:30 게재

중과실 감사인 ‘무한책임’

개혁안 여당 내에서 반대

“중소 회계법인 감당 못해”

독일이 대형 핀테크 업체인 와이어카드(디지털결제서비스) 분식회 계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회계제도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집권 여당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영국이 회계제도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8일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당(CDU·기민당) 소속으로 와이어카드에 대한 의회 조사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마티아스 하우어(Matthias Hauer)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길 원하지 않는다”며 “감사인이 일반적으로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최대 회계스캔들에 자극을 받아 감사부문의 근본적인 개혁을 실행하겠다며 유럽연합(EU)의 다른 회원국들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초반의 열의가 정치적 반대에 부딪혀 식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와이어카드 파산에 따른 충격으로 금융시장감독기구를 강화하고 감사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개혁안을 올해 1월 제안했다. 와이어카드는 한때 핀테크 업계의 스타로 부상했지만 19억 유로(한화 약 2조5000억원)의 자금이 사라지면서 감사인과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개혁안에는 기업이 10년마다 감사인을 교체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는 20년마다 감사인을 교체해야 한다. 또 감사실패에 대한 감사인의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상장기업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의 최대 과실 책임은 4배 증가한 1600만유로(약 212억원)이며 규제당국의 벌금은 최대 500만유로(약 66억원), 중과실을 저지른 감사인은 무한책임을 지게 된다.

하우어 의장은 “와이어카드 사건 때문에 모든 감사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소형·중견 회계법인들이 무한 법적 책임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하게 된다면, 이들은 시장 밖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보험회사들이 과실에 대한 무한책임을 보장하지 않으려 함에 따라 기업들은 감사인과 계약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안은 또 감사인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컨설팅업무의 액수와 유형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처럼 대형 회계법인인 빅4의 감사·컨설팅 사업부문의 분리를 강제하는 방식의 제도 도입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와이어카드 분식회계' 사건, 독일에서는 여진 이어져" 로 이어짐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