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강제 인앱결제' 한국서도 처벌되나

2021-05-07 12:51:03 게재

전문가들 "공정거래법 저촉"

미국·EU서 소송·제재 진행

공정위도 법 위반 여부 주시

구글과 애플의 '강제 인앱결제'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을 것인가.
재판정에 선 강제 인앱결제│미국과 EU에서 관련 재판과 제재절차가 진행 중인 구글과 애플의 '강제 인앱결제'가 공정거래위원회 처벌을 받을 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 3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애플과의 첫 재판에 참석한 에픽게임스 팀스위니 대표(왼쪽). 에픽은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과 EU에서는 이미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인앱결제에 문제를 제기하다 앱마켓시장에서 퇴출된 유명 게임사가 소송을 제기했다. EU 경쟁당국은 인앱결제 수수료 부과에서 계열사를 우대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도 애플과 구글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인앱결제 의무화가 시장독점을 무기로 다른 결제대행사 등을 경쟁에서 배제하는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정거래법상 '끼워팔기'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다수 경쟁법 전문가들이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미 애플과 구글의 '인앱결제'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법 위반 가능성" 지적 = 7일 공정위에 따르면 전날 고려대 ICR센터와 공동으로 '인앱결제 정책의 경쟁법상 쟁점'을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의 문제점, 경쟁법상 쟁점 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구글은 2021년 10월부터 국내 모든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를 상대로 '구글 자체 결제시스템' 이용을 의무화하고 관련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 법무법인이 구글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신고해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했다.

인앱결제는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 거래할 때 자사 결제시스템만 사용하도록 강제한 뒤 수수료를 챙기는 행위다. 애플과 구글(현재는 게임앱만 적용) 모두 30%의 수수료를 뗀다. 이 때문에 경쟁 질서를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계에서는 '불법적인 끼워팔기로 인한 착취'라는 해석과 '앱스토어의 정상적 수익 수단'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구글·애플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 토론회에서 이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고려대 ICR센터 소장)는 "이용자가 앱을 다운로드하는 순간 앱마켓을 통한 거래는 종료되기 때문에 인앱구매는 앱마켓 영역 외의 거래에 해당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앱마켓 영역 외의 거래인 인앱구매까지 앱마켓 사업자가 자사 결제시스템을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상 끼워팔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앱결제 강제에 대해서도 조건부 거래, 거래상지위 남용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 조항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민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도 "시장을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의 앱 배포' 부문으로 획정했을 때 구글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며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가 인앱결제 시장에서 외부 PG(Payment Gateway)사를 배제하는 효과가 있어 공정거래법상 끼워팔기나 배타조건부 거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앱결제 시스템은 앱 개발자의 무임승차를 방지하고 중개 거래에 대한 대가를 징수하기 위한 정상적인 수단"이라며 "이런 수수료 수취를 금지하면 중개 거래 플랫폼의 존립이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구글의 행위로 인해 다른 앱마켓 사업자가 배제돼 경쟁이 제한되는 위험성이 있는지는 구체적 증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글·애플 제재 신호탄? = 공정위가 이번 학술토론회를 개최한 배경은 인앱결제 제재를 앞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공정위가 학술토론회까지 개최한 것은 인앱결제의 공정거래법 위반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받아들여진다.

애플은 이미 인앱결제를 시행하고 있고, 게임앱에만 적용하고 있던 구글은 오는 10월 전면시행을 예고한 상태다. 앞서 지난달 공정위는 '앱마켓 시장의 경쟁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의 위법성에 대한 폭넓은 검토에 착수한 바 있다. 공정위는 연구용역을 통해 인앱결제 의무화가 앱 개발사에 불이익을 강제하는 부분이 있는지, 결제대행 등 인접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부분이 있는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애플과 구글의 '인앱결제' 시스템을 주시하고 있는 곳은 우리 공정위뿐만이 아니다. 미국과 EU 등에서는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경쟁당국의 제재가 시작된 곳도 있다.

미국에서는 자체 결제수단을 구축한 게임사 에픽게임즈가 애플과 구글 앱마켓에서 규정 위반을 이유로 퇴출됐다. 에픽게임즈는 미국, EU, 호주 등에서 애플과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 3일 미 캘리포니아에서 첫 재판이 열렸다.

이 밖에 EU 경쟁당국은 애플이 다른 음원사업자는 30%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애플뮤직에는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자사우대 행위에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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