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독일에서 배우는 일학습병행제 성공 비결

2021-05-14 12:39:36 게재
산업현장과 교육의 미스매치가 심각해지고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정부는 2014년 독일 스위스 등의 도제훈련 제도를 한국의 현실에 맞게 설계한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했다. 도입 당시 1897곳이던 학습기업수는 올 3월 기준 1만7000곳으로 늘었다. 학습노동자수도 3154명에서 10만9000명으로 급증했다.

일학습병행제는 노동수요에 부응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을 둔 교육과 훈련을 제공한다. NCS란 국가가 한 개인이 산업현장에서 자신의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직무능력(지식 기술 태도)을 표준화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표준적인 직무능력과 기업이 필요한 기술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교육과 훈련의 프로그램에 기업의 기술수요를 반영하기보다 정부가 NCS에 따른 커리큘럼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독일의 아우스빌둥은 한국과 달리 기업이 상공회의소나 수공업협회와 같은 사용자단체와 협력해 수행한다. ‘기업 훈련자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기업은 학습노동자를 미래의 직원으로 선발해 기업과 산업이 장래성 있다고 판단되는 기술을 가르친다. 독일의 아우스빌둥은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인력양성 단계에서 맞춰 숙련인력의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를 줄인다.

독일 아우스빌둥의 커리큘럼은 산업계 수요 맞춤형이다. 교육내용은 기업을 위해 그리고 기업에 의해 개발된다.

우리와 독일의 직업교육 차이는 청년실업률에서 극명하게 비교된다. 2007 ~2016년 10년간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전체실업률의 2.34~2.65배나 된다. 하지만 독일은 1.36~1.50배에 불과하다.

독일 아우스빌둥의 또 다른 특징은 ‘사회적 파트너십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일학습병행제가 정부 주도 제도임에 반해 독일의 아우스빌둥제도는 노사정이 공동결정을 하는 거버넌스를 가지고 있다.

노조는 훈련생이 제대로 된 교육과 훈련을 통해 경쟁력 있는 숙련인력이 되도록 훈련생을 보호하고 교육과 훈련의 질을 노동자의 입장에서 감시한다. 기업은 당장 필요한 인력뿐 아니라 미래에도 필요한 인력을 경쟁력 있게 양성한다. 정부는 노사의 요구가 훈련의 프로그램으로 반영되도록 제도 운영의 방안을 만들고 법제화한다.

제조업과 수출 위주로 성장한 한국과 독일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시장의 미스매치와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독일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 직업훈련의 기업 중심성을 높이고 노사정 사회적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