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금리 1년, 초저금리 끝이 보인다 | (3)미국발 긴축, 기준금리 조기인상하나

미국, 오를건 다오른다 … 돈풀기 속도조절

2021-05-27 11:11:51 게재

연준, 이르면 다음달 테이퍼링 논의 본격화 … 고용만 좋아지면 바로 통화긴축 가능성

한은, 기준금리 일단 동결 … 연내 인상가능성 시사

'코로나금리' 시대가 1년을 넘겼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기준금리를 0.50%로 인하한 이후 역대 최저수준의 금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초저금리로 인해 시중 유동성은 팽창하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은 급등했다. 최근 경기가 살아나면서 장기 국채금리가 오르고, 물가도 급격한 상승 조짐을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각국 통화당국은 조심스럽게 유동성 회수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길고 긴 터널의 끝이 보이면서 초저금리 상황도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전망속에 금융시장을 둘러싼 상황을 살펴본다.

미국의 컨퍼런스보드 5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17.2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지난해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19일 뉴욕시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한 스토어에 줄지어 서 있는 쇼핑객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늘어난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제가 회복되면서 집값이 폭등하고,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해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고용의 안정적인 증가 추세만 확인되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은 곧 바로 양적완화(자산매입) 축소에 나설 태세다.

최근 미 연준내 유력 인사들이 잇따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언급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25일(현지시간) 연준 통화정책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다음 번 회의에서 테이퍼링과 관련한 적절한 시기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음 회의에서 자산매입 속도 축소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지점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지난달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나타난 일부 위원의 얘기를 좀 더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공개된 4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이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앞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0일 "(통화정책의 변경을 위한 논의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차기 FOMC 정례회의(6월15~16일)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테이퍼링은 미 연준이 시중 유동성 공급의 일환으로 미국 국채 등의 채권을 매달 1200억달러 수준에서 매입하는 데, 그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정책이다. 결국 시중 유동성을 줄이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알리는 사전 조치에 해당하기 때문에 완화적 통화정책의 사실상 종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 통화긴축의 움직임이 확산하는 데는 경제가 급속하게 회복되면서 그동안 풀린 유동성이 자산가격 급등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전년 동기대비 4.2%나 급등했다. 지난 3월에도 2.6%가 올라 이미 미 연준이 설정한 물가인상 목표치인 2%를 넘어섰다. 5월 생산자물가는 전년대비 6.2%나 급등했다.

자산가격 상승도 가파르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주택가격을 보여주는 스텐더드앤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3월 전국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3.2% 급등했다. 이는 지난 2005년 12월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폭의 상승률이라고 CNBC는 전했다. 이달 7일 미국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3만4777.76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데 이어 부동산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 경제는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섰다. 코로나19 백신접종이 늘어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개인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다. 올해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연율 환산 6.4% 성장을 보였다. 미국 경제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회복한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7%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연준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선회하는 데서 마지막 퍼즐인 고용상황이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미국 노동부가 이달 8일 발표한 4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은 전달에 비해 26만6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예상치를 훨씬 밑돌았다. 실업률도 아직 6.1%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를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미 연준은 지난달 28일 FOMC 정례회의 후 내놓은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0.00∼0.25%에서 동결한다고 밝히면서 최대수준의 고용을 달성하기 위해 물가목표치 2%를 일정기간 동안 완만하게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27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재 기준금리인 0.50%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이후 1년째 역대 최저금리를 유지하게 됐다. 다만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경제동향과 물가흐름 등을 보면서 올해 안에 완화적 통화정책의 전환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은이 연내에 현행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이후 처음이다.

["코로나금리 1년, 초저금리 끝이 보인다" 연재기사]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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