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증시 활황에도 맥 못춰

2021-06-02 12:11:56 게재

주가 5년전 대비 3분의 1 토막

시총 순위 2위→ 24위로 추락

21일 전기요금인상 여부 주목

코스피가 3200선을 돌파하며 상승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한국전력 주가는 맥을 못추고 있다. 지난 2016년 6만3000원까지 올랐던 한국전력 주가는 실적악화 등의 이유로 1만5000원까지 곤두박질친 후 국내 증시가 활황세를 보인 최근 2년 연속 2만원대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2016년엔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순위 2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24위로 떨어졌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2분기 대규모 적자가 예고된 데다 3분기 연료비 연동제까지 유보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오는 21일 예정된 전기요금 인상여부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한전 주가 상승의 선결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PBR 0.24배 수준 머물러 =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한국전력 주가는 종가기준 연초 2만6900원에서 2만6100원으로 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9.42%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주가가 크게 떨어진 셈이다. 지난해 한전은 4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3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2016년보다 약 3분의 1 수준으로 주저앉은 주가는 2년째 2만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 발표 직후 잠깐 3만50원을 찍었다가 다시 2만원대에서 맴돌고 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한국전력을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으로 꼽았다. 1일 기준 한전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4배로 글로벌 유틸리티(전기·가스 등) 업체 평균 PBR인 1.5배 대비 낮은 수준이다. 또 코스피 시장 민간 1위 기업인 삼성전자 PBR 2.06과는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업계는 연료비 연동제가 확실히 정착되기 전까지는 실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당분간 주가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3분기에도 연료비 연동제를 지키지 못하고, 원재료 가격이 오름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이 오르지 못한다면 한전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년 말 정부가 발표한 전기요금 개편안에 따르면 석탄·LNG 등 연료비 상승에 따라 올해 2분기 전기요금은 2.8원/kWh 인상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 및 물가상승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국민생활 안정도모를 위해 2분기 요금인상을 유보한 바 있다. 연료비 연동제가 실시된 지 1분기 만에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한전의 실적전망은 불확실해졌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장 2분기부터 투입 연료비와 SMP(전력시장가격) 상승 영향이 본격화되어 영업이익은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목표주가를 3만8000원에서 2만6000원으로 31% 하향 조정했다.

◆연간 실적 악화 더 걱정 = 증권가 전문가들은 한전의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며 3분기 전기요금의 인상요인 반영 여부가 중단기 주가 방향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연료비 증가가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3분기에도 전기요금이 동결된다면, 단기적으로는 한국전력의 연간 영업이익 악화, 중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인 전기요금 조정이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 우려 확대로 한전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환경비용 증가도 우려사항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2년 시행될 HPS(수소발전의무화제도)는 RPS(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의무 비율 상승, 탄소배출권 구입량 증가, 석탄이용률 감소와 더불어 환경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며 "올해 안에는 지난 3년 간 불거졌던 환경비용, 이익 변동성, ESG 수급 등의 리스크가 해소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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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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