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새들 고향은 강남이 아니라 한국

2021-06-21 11:26:55 게재

여름철새는 봄이나 초여름에 우리나라에 와서 번식을 하고 가을에 월동지로 떠나는 새들이다. '제비' '뻐꾸기' '꾀꼬리' '파랑새' '뜸부기' 등이다. '쇠부리슴새' 등 일부를 제외하면 모두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니 여름철새들 고향은 한국이다.

파랑새와 까치의 영역다툼 모습. 매서운 눈길의 파랑새와 겁에 질린 까치의 눈빛이 대조적이다. 사진 권오준 생태작가


제비와 꾀꼬리, 파랑새의 공통점을 따져보자. 이들의 고향은 모두 우리나라다. 주로 벌레를 잡아먹는다. 사나운 텃새인 까치 까마귀와 싸우면 100% 이긴다.

파랑새(Eurystomus orientalis)를 영어권에선 블루버드(bluebird)가 아니라 달러버드(dollarbird)라고 부른다. 날아갈 때 보이는 날개 아래쪽 하얀 문양이 달러표시($)를 닮았다는 뜻이다.

파랑새 부부는 5월 초 정도에 온다. 파랑새가 오면 비행능력이 떨어지는 까치들은 아예 초반부터 달아나고, 까마귀들이 집단으로 대항해보지만 결국 ?겨난다. 파랑새 부부 두마리는 수십마리 까마귀 까치 집단을 몰아내고 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튼다. 까치나 까마귀 둥지를 빼앗기도 한다.

파랑새는 공중으로 치솟는 비행능력이 뛰어나고 아무리 날아도 지치지 않는다. 파랑새와 싸우다 지친 까마귀는 전봇대 꼭대기에 앉아 "까악 까악!" 비명을 지르고 파랑새는 스치듯 날아다니며 "갤갤갤" 코맹맹이 소리로 계속 위협한다. 결국 까치 까마귀들은 숲을 내주고 물러난다. 파랑새 가 새끼를 데리고 동남아로 떠날 때까지.

꾀꼬리(Oriolus chinensis)는 까마귀 까치를 쫓아내진 않지만 둥지를 침범하면 단호하게 내쫓는다. 꾀꼬리가 까치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미사일이 다른 비행체를 요격하는 것 같다. 일직선으로 쏜살같이 날아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까치 뒷목을 부리로 찍어버린다.

제비(Hirundo rustica)들도 까치나 까마귀가 둥지를 침범하는 경우 끝까지 쫓아가면서 뒷목을 계속 쪼아댄다. 제비와 까치의 공중전은 제비의 일방적인 승리다. 비유하면 F-16 전투기와 보잉747 여객기의 대결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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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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