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약으로 분양(아파트 88채)받은 일당 검거

2021-07-28 12:55:04 게재

경찰 "청약통장 매매, 위장전입, 위장결혼 동원" … 행안부, 투기의혹 공무원 5명 적발

경찰이 청약통장 매매, 위장전입, 위장결혼 등의 방법으로 전국 아파트 분양권을 부정청약 한 일당을 검거했다. 경찰은 하반기부터 부동산 투기비리뿐 아니라 시장교란행위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방단체장 및 지방의원도 부동산 전수조사하라'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진보당 서울시당에서 열린 '서울 강남4구 구청장·지방의원 부동산 재산 현황 분석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공직자 부동산 투기를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청약자의 입주자저축증거(청약통장)와 금융인증서 등을 매입한 후 위장전입·위장결혼 등의 방법까지 동원해 아파트 분양권 88건을 부정하게 당첨받은 청약 브로커 6명과 이들에게 청약통장을 양도한 95명 등 총 105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중 주범인 부정청약 브로커 A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접근해 청약통장 양도를 권유했다. 그 대가는 가점 등 조건에 따라 300만~1억원까지 다양했다.

당첨된 아파트 분양권은 발표 즉시 전매했으며 이 과정에서 통장 명의자의 변심을 막기 위해 허위 내용의 차용증과 약속어음을 작성해 공증까지 받는 치밀함을 보였다.

부정당첨 아파트 분양권 88건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 3건, 부산 2건, 인천 21건, 세종 3건, 경기 39건 등 전국에 고루 분포돼 있다.

이중에는 위장전입(32차례), 위장결혼(6차례, 3건은 위장전입과 중복) 등의 방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수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당첨될 때까지 청약통장 명의자 주소지 변경 △위장결혼으로 배우자만 바꿔 수차례 특별공급(다자녀 등) 청약 △위장이혼 후 같은 주소지에 거주하면서 부부가 각각 다자녀 특별공급 청약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관추천(북한이탈주민) 특별공급 청약 등의 방법을 이용했다.

◆4대 시장교란행위 단속 = 이같은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 경찰은 올 하반기부터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단속의 일환으로 투기비리뿐 아니라 부정청약, 기획부동산 투기 등 4대 시장교란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3월 10일부터 활동하고 있는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를 주도하며 부동산시장 투기사범에 대한 특별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부동산 투기사범 단속인원이 3800명을 넘었고, 투기비리 공직자 등 40명을 구속했다. 또 몰수·추징 보전을 통해 환수한 투기수익이 793억원에 달한다.

경찰청은 특히 올해 수도권 인기 지역에 공급되는 공공주택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돼 청약 자격과 가점을 조작하는 사례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주택 분양 예정지역을 관할하는 수도권 4개 시도청과 29개 경찰서에 '집중수사팀'을 편성, 국토부, 부동산원, 관할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함께 강력한 합동단속을 벌인다는 것이 경찰청의 계획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관계기관 합동브리핑에서 "경찰은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투기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약통장을 양도하거나 기획부동산 투기에 가담하는 행위는 반드시 검거되며, 구속까지 될 수 있는 범죄임을 유념해야 한다"면서 "투기 조직의 유혹에 빠져 형사처벌 되거나 소중한 재산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장 공약 사업 관련 지역에 부동산 구입한 비서실장 = 이런 가운데 공직자들에 대한 수사도 확대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5월 11일부터 이달 2일까지 '2021년 부동산 투기 및 불공정 행위 특별감찰'을 벌여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직무정보 이용 부동산 투기 의혹 사례 3건을 적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수도권 시 단위 한 지자체 소속 B과장은 2018년 6월 신임 시장의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직후 시장이 선거기간에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개발사업 부지 인근 농지 2필지(1655㎡)를 11억5000만원에 배우자 명의로 취득했다. 취득 자금은 배우자 앞으로 8억3000만원을 대출받고 본인 소유 아파트 매각 자금 3억2000만원을 더해 마련했다.

해당 농지의 재배시설을 3년간 비워뒀던 B과장은 4월 정부가 농지이용 실태 조사를 실시하자 친형에게 농사를 짓게 했다. 하지만 제보를 받은 감찰팀에 농지법 위반 사실이 드러났다.

다른 수도권 기초지자체 소속 C과장과 D주무관 등 공무원 3명은 시에서 추진하는 역세권 개발사업 인근 농지 2필지(785㎡)를 2018∼2019년 취득했다. C과장은 자녀와 공동명의로 밭 390㎡를 2700여만원에 사들였고, D주무관도 같은 시 공무원인 자녀와 공동으로 밭 395㎡를 2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해당 농지를 직접 경작했다는 증빙자료는 제시하지 못했다.

행안부는 C과장과 D주무관이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며 개발사업 관련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에 나섰으며, 자녀 명의로 농지를 공동취득하는 과정에서 편법 증여한 정황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기초지자체 주무관 E씨도 2015년 도시개발사업이 일반에 공개되기 한 달 전에 사업부지 인근 농지 2필지(3168㎡)를 3억원에 배우자 명의로 취득했다. 취득 금액 중 2억2000만원은 지인에게 무이자로 빌려 충당했다.

행안부는 이들 부동산 투기의혹 사례 3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투기 외에 다른 부정행위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모 군청 과장 E씨는 농지를 구입해 허가 없이 주택을 지으려(국토계획법 위반) 하거나 직접 경작하지 않고 임대(농지법 위반)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다. 본인 소유 농지 내 농막을 불법으로 증축하고 주차장으로 활용한 다른 군청의 과장 F씨는 징계 대상에 올랐다.

행안부는 이밖에 자격 없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는 등 불공정 행위 9건, 직무관련자로부터 골프 향응을 받거나 인허가 대가로 부동산을 저가 매입하는 등 공직기강 해이 행위 10건, 성희롱 행위자 징계 미이행 등 소극행정·업무처리 부적정 10건도 적발해 수사를 의뢰하거나 징계를 요구했다.

한편 충북도는 개발 예정지 주변의 땅을 취득한 공무원 가족 5명의 자료를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 도는 직무 연관성이나 취득 과정의 불법행위를 발견할 수 없었지만 의혹 해소 차원에서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충북도는 27일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 3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무원·충북개발공사 임직원의 가족 1만6669명이다. 도는 이들 중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 제출을 거부한 공무원 가족 55명의 명단을 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전담수사팀에 수사자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조사에 동의하지 않은 퇴직자 35명의 명단도 수사자료로 제공된다.

김형선 · 김신일 · 장세풍 기자 · 연합뉴스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