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베란다 태양광 사업 접는다

2021-08-18 12:28:25 게재

태양광사업 내부감사, 전면 손질 예고

미니태양광 내년 예산에 반영 안할 듯

정치적 접근보다 에너지전략수립 우선

서울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대적 변화가 예고된다. 17일 복수의 서울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는 태양광사업의 한 축인 미니 태양광사업을 사실상 접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 태양광사업의 90%는 아파트, 주택 등의 베란다에 설치한 베란다 태양광이다. 사업을 접으면 내년에는 관련 예산이 편성되지 않는다. 현재 베란다 태양광 설치비의 80%는 시에서, 10%는 구에서 지원하며 나머지 10%는 본인 부담이다.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 단지에 베란다 태양광이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 노원구 제공


시가 베란다 태양광사업 중단의 이유로 꼽는 것은 부실한 업체 현황과 예산 낭비다. 최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시 자료를 바탕으로 2014~2020년 베란다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 사업에 참여한 업체 68곳 중 14곳이 폐업 상태며 이중 3곳은 정부 보조금을 받은 그 해 바로 폐업했다고 밝혔다. 업체 5곳은 보조금을 받은 다음해, 다른 업체 3곳은 보조금을 받은 지 3년 안에 폐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조금을 남발해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 사업은 재고해야 한다는 게 시의 기본 입장"이라며 "오 시장은 '실제 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전력량은 터무니없이 적은데 매몰비용만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폐업으로 인한 부실한 사후관리는 고객 불만과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 기기 오작동이나 강풍으로 인한 설비 점검 등이 되지 않으면서 서울시와 자치구에는 민원이 증가했고 시는 지난해 유지보수 업체와 별도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신청이 줄어든 것도 사업 중단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베란다 태양광사업 추진실적이 현저히 떨어졌다. 모 자치구의 경우 올해 7월까지 미니 태양광 분야 예산 집행율이 24.5%에 머물렀다. 해당 구의 전체 태양광 예산 중 71%가 이미 집행된 것과 대비된다. 코로나로 신재생에너지 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시·구의 관련 홍보 활동이 위축된 것이 사업 부진 이유로 지적된다.

태양광에 대한 인식 변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고층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의 안전 문제를 비롯해 투자한 돈에 비해 확보되는 전력량이 낮다는 '가성비' 문제도 걸림돌이 됐다.

문제는 접근법이다. 오 시장은 "이 정도면 사기 아니냐"는 표현까지 써가며 조기 폐업한 업체에 대한 법적 대응을 거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쪽에선 오세훈판 적폐청산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시장 시절 좌파 운동권 출신들에게 보조금을 몰아줘 사업을 독점하게 했고 그 결과 부실한 업체가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최근 태양광에 대한 기존 평가에 변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라며 "부실한 사후 관리, 보조금 남발로 인한 세금 낭비 문제 등은 개선돼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태양광사업 축소가 신재생에너지사업 자체를 후퇴시키는 방향이어선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 에너지 관련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태양광사업을 없애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고조되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서울시만의 에너지 전략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신재생에너지가 진영 갈등 이슈로 전락하면서 세계적인 미래에너지 대책 수립 흐름에서 자꾸 뒷걸음질 치는 것이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다른 시의회 관계자는 "세계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탄소배출량이 높은 교역상품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고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RE100'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에너지의 미래를 위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며 "전임 시장 시절 적폐청산, 소수 업체의 일탈 등 문제를 넘어 서울시만의 특화된 에너지 전략을 수립하고 폭넓은 시민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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