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죽음'이 늘고 있다①

코로나 영향, 양극화 심화로 급증 우려

2021-08-31 12:27:18 게재

긴급복지·기초생활수급 신청 늘어 … 전통적 안전망 '가족' 붕괴로 1인가구 증가세

최근에도 고독사, 무연고 사망과 같은 안타까운 '외로운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 죽음의 공통점은 대부분이 1인가구 또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다세대주택 옥탑방에서 3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주인의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A씨가 사망한지 6일 정도 지났고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된 A씨는 뇌병변과 희소병을 앓았고 평소 복지 지원금을 받아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8일에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 초안산 인근 길가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50대 남성 김 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근처 사우나에서 장기 투숙하던 김씨는 코로나19로 사우나에서 생활하기 어렵게 되면서 차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씨의 '숙소'였던 낡고 찌그러진 은색 소나타 차량 왼쪽 뒷바퀴 부근에는 먹다 내놓은 것으로 보이는 편의점 도시락이 놓여 있었다. 씻을 곳이 따로 없었던 김씨는 인근 주민센터 화장실을 활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6·7월에 긴급생계비를 각 47만원씩 지원받았다.

◆1인가구 노령화도 위험 신호 = 전문가들은 외로운 죽음이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1인 가구 증가를 꼽는다. 전통적 사회 안전망인 '가족' 붕괴로 외로운 죽음이 늘었다는 것이다.

'당신들을 잊지 않겠습니다'│지난해 12월 14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2020 홈리스 추모제에서 무연고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홈리스 기억의 계단'이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총가구 수는 약 2148만 가구였다. 이를 가구원 수로 나누면 1인 가구 비율이 31.7%로 가장 많다. 2인 가구(28.0%), 3인 가구(20.1%), 4인 가구(15.6%), 5인 이상 가구(4.5%) 등의 순이다. 1인과 2인 가구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2019년과 비교하면 1인 가구는 1.5%p, 2인 가구는 0.2%p 증가했다. 반면 3인 가구는 0.7%p, 4인 가구는 0.6%p, 5인 이상은 0.5%p 줄었다.

1인 가구 증가 추세는 가파르다. 2000년 15.5%였던 1인 가구 비율은 20년 만에 2배 가량 늘었다.

또한 1인 가구 고령화도 외로운 죽음이 증가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가구원 784만6000명 가운데 1인 가구는 166만1000명(21.2%)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5년 122만3000명이던 65세 이상 고령층 1인가구는 5년 간 35.8% 증가했다. 80세 이상 1인 가구의 증가폭은 더 커 같은 기간 31만3000명에서 47만명으로 50.2%나 늘었다.

65세 이상 국민 중 자녀 없이 부부만 거주하는 가구는 288만4000명(36.8%)이었다. 배우자 없이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가구는 141만8000명(18.1%)이었다. 부부가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65세 이상 국민은 157만6000명으로 전체의 20.1%에 불과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열악한 1인가구의 경제력도 문제로 꼽힌다. 2019년 전체 우리 국민 대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은 3.6%였다. 수급자 다수는 홀로 사는 1인 가구였으며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많았다. 시설수급자를 제외한 일반수급자 가구(128만1759가구) 중 68.6%(87만9270가구)가 을 때, 1인 가구였다. 2인 가구(22만685가구)까지 합치면 전체 수급자 가구의 85.8%에 달했다.

◆긴급복지 지원 신청 급증 = 이런 이유로 외로운 죽음의 증가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경제력 양극화 심화로 올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긴급복지 지원 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7만413건이던 신청건수는 2020년 32만9106건으로 2배가량 늘었다. 증가세는 올해도 이어져 지난 2분기 신청건수(15만8220건)는 지난해 같은 기간(14만8887건)보다 6% 이상 늘었다.

긴급복지 지원 제도는 기초생활보장제와 지원 항목은 비슷하다. 다만, 일시적으로 위기를 맞은 이들이 대상이라 지원 기간과 횟수가 한정적이다. 식료품비 등 생계지원은 최대 6회, 의료지원은 최대 2회 지원된다.

최근 신청자들은 코로나19 이전엔 생계에 어려움이 없다가 폐업, 실직 등 갑작스러운 생계 위기를 맞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증가세도 가파르다. 올해 6월 기준 수급자 수는 229만4890명으로, 2019년 1월 176만93명과 비교하면 2년 반 새 53만명 넘게 증가했다.

수급 신청자도 갈수록 늘고 있다. 생계급여 기준 신청건수는 재작년 18만1847건에서 지난해 20만9619건으로 15%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 신청건수는 23만275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만6065건)의 2배를 넘는다.

신 의원은 "반복되는 감염병 시기에 위기가구가 증가하는데 사회적 안전망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가 공고히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19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정부가 이들을 잘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 지속해야 한다"면서 "특히 감염병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장기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계급여로 생계유지 어려워 = 일각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부족도 외로운 죽음이 증가하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정 중위소득에 미치지 못하면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라 교육·주거·의료·생계비 등 최저 생활비를 국가가 지원한다. 중위소득은 총 가구 중 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긴 후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소득계층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즉 중위소득의 50% 미만은 빈곤층이며 50~150%, 150% 초과는 각각 중산층과 상류층으로 분류된다.

생계비의 경우 가구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의 30%에 해당될 경우 지급된다. 최소한 중위소득 30%를 보장한다. 올해 월 54만8349원이었던 1인가구 생계급여는 내년에는 3만5095원(6.4%) 오른 58만3444원이 지급된다.

일각에서는 물가상승과 코로나19 등의 상황을 고려, 생계급여를 좀 더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빈곤사회연대와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20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계급여는 현재 1인 가구당 월 54만원에 불과해 건강한 삶을 위해 균형 잡힌 식생활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기준중위소득의 낮은 인상률은 찢어지게 가난해야 복지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든다"며 "복지가 필요해서 주민센터를 찾은 사람들에게 '애매하게 가난해선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는 응답으로 수치와 절망을 마주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고독부 신설한 영국 = 외로운 죽음의 증가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사회문제로 대두된 외로운 죽음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왔다.

영국에선 2018년부터 체육시민사회부 장관이 '고독부 장관'을 겸직하고 있다. 1월 다이애나 배런 영국 시민사회부 장관은 '2021 연간 고독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은 2월 일본 내각관방에 '고독·고립 대책 담당실'을 신설, "부처를 막론하고 고독사 대책에 함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고독사는 원래 후생노동성이 담당했지만 코로나19로 고독사 문제가 심각해지자 하나의 새로운 조직을 개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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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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