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바이든 1조8500억달러 '더 나은 미국재건 법안' 시동

2021-11-09 11:24:48 게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이 사회정책 및 기후변화 대처 법안의 독자가결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민개선예산 1000억달러를 포함해 10년 간 1조8500억달러를 투입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더 나은 미국재건 법안'이다.

백악관이 발표한 법안 기본틀에 따르면, 첫째 내년도분 등록을 시작한 오바마케어의 경우 1220만 등록자 중 900만명 이상이 매달 건강보험료를 보조받고 있는데 2025년까지 4년 더 증가된 보조금을 받게 된다. 900만명 이상은 한달 50달러 이상 늘어난 정부보조를 받고 있는데 연소득 6만5000달러 이하인 부부라면 정부로부터 한달 건강보험료로 1050달러를 보조받고 본인은 200달러 정도만 내면 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전날 미 하원을 통과한 1조2000억 달러의 인프라 예산 법안에 대해 이야기하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장기요양이나 치료를 집에서 하는 홈케어 예산이 대폭 축소됐다. 하지만 메디케이드를 통한 홈케어 신청 대기자 80만명의 적체를 대폭 줄이기 위해 1500억달러가 추가됐다. 하루 4시간 돌봄에 들어가는 주간 비용 5800달러의 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둘째 차일드 케어 지원이 대폭 확대된다. 현재 매달 17세까지 1인당 250~300달러를 받고 있는 부양자녀 현금지원은 4년이 아닌, 1년 연장시행에 그쳤다. 대신 다른 혜택을 받게 된다. 3~4세 프리스쿨 2년을 무상교육할 수 있게 됐다. 대상자 600만명이 1명당 연간 8600달러를 유아 교육 또는 보육비로 지원받는다.

4인 가정 기준 연소득 30만달러 이하라면 자녀 보육비로 연소득의 7% 이내만 부담하면 된다. 10가구 중 9가구인 2000만명이 보육비 지원 혜택을 누리게 된다. 부부 연소득이 10만달러의 경우, 자녀 1명을 보육하는 데 드는 비용이 연 5000달러 줄어드는 혜택을 보게 된다.

셋째 자녀가 없는 저소득층 근로자 1700만명은 'EITC'로 불리는 기초근로소득 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시급 9달러로 주당 30시간을 일하는 무자녀 근로자들의 경우 1년 1100달러의 세제혜택을 본다.

넷째 커뮤니티 칼리지 2년간 수업료 면제가 삭제된 대신 중산층 이하 대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무상학비 보조 최대치가 6495달러에서 7045달러로, 550달러 상향된다. 연조정 가구소득이 2만6000달러 이하라면 무상학비 보조 최대치를 받게 된다. 현재 690만명이 평균 4117달러의 무상학비를 지원받고 있다.

약값 낮추기 절반 축소해 다시 포함

백악관 안에서 제외됐다가 연방의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되살린 방안도 생겼다. 약값 낮추기 방안이 가장 먼저 하원안에 재포함됐다. 곧이어 미국이 최초로 도입하려는 국가유급휴가제나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워싱턴DC 일원의 주민이 청원한 공제한도 확대도 되살아났다. 지방세의 연방공제 한도를 현행 1만달러에서 8만달러로 대폭 올리는 내용이다.

민주당의 30년 공약이면서도 번번이 실패해온 메디케어 처방약값 낮추기 방안이 제한적이나마 '더나은 미국재건 법안'에 다시 포함됐다. 연방상원 다수당 대표인 척 슈머 민주당 상원대표는 "민주당은 더 나은 미국재건 법안에 약값 낮추기 방안을 다시 포함시키기로 합의해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초 원안보다 크게 축소됐다. 약값 낮추기 규모는 당초 10년 5000억달러에서 절반인 25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타결된 약값 낮추기 방안은 첫째, 물가인상률 이상으로 약값을 올리지 못하도록 했다. 현재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매달 연율로 5%대 중반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둘째, 노년층이 본인이 부담하는 연간 약값에 2000달러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고가의 처방약이라도 연간 2000달러를 넘으면 내지 않아도 된다. 셋째, 정부와 제약업계 간 협상 대상에서 신약은 제외되고 독점기간이 지난 오래된 약품만 포함시키기로 했다.

제약업계는 협상대상인 독점기간이 지난 의약품이 2025년 10종, 2028년 30종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 제약업계는 1500명의 로비스트를 동원해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뉴저지 등 특정지역 출신 상·하원 의원을 상대로 당파와 상관없이 강력한 로비를 벌여왔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출신 민주당 상·하원의원들이 약값 낮추기 방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했지만, 진보파 의원들의 반발로 제한적이나마 다시 포함하는 방향으로 타협했다.

4주간 국가유급휴가제가 백악관 안에서 제외됐다가 의회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민주당 하원 안에 4주간의 유급휴가제가 다시 포함됐다. 민주당 상원은 독자법안이 여의치 않을 경우 초당적인 별도법안으로 추진키로 했다.

국가유급휴가제가 없는 나라는 선진국 중 미국이 유일하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리처드 닐 하원세입 위원장은 "민주당 하원은 국가유급휴가제를 '더 나은 미국재건 법안'에 다시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가유급휴가제는 미 근로자들이 1년에 4주 동안 본인의 병가는 물론 가족구성원의 출산, 돌봄의 경우 휴가를 갈수 있고 그 기간 임금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방안이다.

국가유급휴가제는 당초 12주에서 4주로 대폭 단축됐지만 백악관 안에서 제외됐다가 연방하원에서 다시 포함돼 이번주 내 더 나은 미국재건 법안에서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최초 '4주 국가유급휴가제' 도입

하지만 연방상원에서 다시 한번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안에서 국가유급휴가제를 제외토록 했던 민주당 중도파 조 맨친 상원의원은 '도입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 독자안이 아니라 초당안으로 추진해 성사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맨친 의원은 "국가유급휴가제는 초당적인 이슈이므로 공화당의 동참을 통해 별도의 초당법안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유급휴가제는 최종 승인 가능성이 커졌다. 여의치 않을 경우 별도의 법안으로 초당적으로 추진해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쪽이든 미국에서 사상 최초로 4주동안 유급휴가를 갈 수 있는 방안이 도입될 전망이다.

4주간의 국가유급휴가제 도입, 시행은 미국 사회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전문가들은 "전국민이 유급휴가 혜택을 누리게 될 경우 노동자의 일터 복귀를 촉진하는 등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