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하구 '철새 먹이터 조성 사업' 중단하라"

2021-11-30 12:30:00 게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지에 인공습지 조성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가 낙동강 하구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먹이터 조성으로 오히려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의 번식지와 먹이터, 휴식처를 없애고 있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사냥 중인 잿빛개구리매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 천연기념물 제323-6호) 사진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박 위원장은 "생활력이 약한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삵과 여름철새 개개비의 서식지를 없애고 청둥오리와 물닭 등의 먹이터를 만드는 건 서식지 개선사업이라고 할 수 없다"며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낙동강하구를 파괴하는 대저대교 엄궁대교 장락대교 같은 대규모 개발계획부터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낙동강 하구 갈대밭 위에서 먹이사냥 중인 쇠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4호) 사진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부산시는 낙동강하구 대저생태공원 일대에 갈대와 버드나무 등이 자라는 습초지를 없애고 저수지 형태 철새 먹이터 2곳을 조성했다. 먹이터 조성사업은 '철새 서식지 개선'을 이유로 추진중이다.

대저생태공원과 삼락생태공원 등지의 습초지는 하도습지로 멸종위기종 삵과 맹꽁이, 잿빛개구리매 등의 서식지이자 여름철새 개개비 덤불해오라기 등의 번식지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쇠부엉이를 비롯한 여러 겨울철새들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박 위원장은 "이런 습초지를 물이 채워진 호수형 인공습지로 바꾸는 것은 멸종위기 생물들의 서식지를 없애는 행위로 생태계 보호나 서식지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며 "먹이터 조성사업으로 멸종위기종 '섬개개비'와 천연기념물 '쇠부엉이' 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런 습초지가 줄어들면 개개비와 북방검은머리쑥새 등 갈대숲에서 번식하고 월동하는 새들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맥도생태공원에서 상당히 많이 번식하던 여름철새 덤불해오라기도 이제는 보기 힘든 새가 됐다.

박 위원장은 "낙동강관리본부는 먹이터 조성이나 수목 제거 등 생태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관리를 중단하라"며 "오히려 천연기념물 보호구역 내 낚시 등 불법행위 단속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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