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미국, 상반기 엔데믹 전환에 '막판 고비'

2022-01-25 11:27:34 게재

미국이 코로나19 사태를 3년 만에 팬데믹(전염병)에서 독감 같은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오미크론의 급속한 확산에 따른 기록적 감염사태는 최근 신규감염자가 줄고 있어 정점을 지났다는 신호가 감지된다. 이르면 4월에는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시기를 맞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대전환에 앞서 하루 평균 70만명 이상의 감염자, 16만명의 중증입원자, 2100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어 막바지 고비를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서비스직종을 중심으로 미 근로자 1000만명 이상이 본인의 감염 또는 감염된 가족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연말연시 대목에 약 2만편의 항공편이 취소되는 대혼란과 피해를 겪었다. 병원과 식당, 식료품점, 실내운동 시설, 공연장 등에서도 직원 감염 격리에 따른 일손 부족으로 영업시간을 대폭 단축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경제가 올 1분기 공급대란과 물가급등, 성장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오스틴 유대학교에 두 자녀를 보내는 학부형 마리셀라 매덕스(사진 왼쪽 두번째)가 이 학교 대체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종의 급속 확산으로 교사들이 속속 확진되면서 수업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자가진단기, 마스크 무료배포

바이든정부는 부스터 백신 접종에 이어 자가진단기와 고성능 마스크 등을 국민에 무료 배포하고 있다. 각 가정에 4개씩 무료로 배송해주는 자가진단기는 1차 5억개, 2차 5억개 등 10억개다. 바이든정부는 감염증상 유무와 시급성에 따라 세가지 방법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먼저 자가 진단기 온라인 주문이다. 연방정부 웹사이트에 접속해 주문하기를 누르면 우정공사 신청사이트(USPS.com/covidtest)로 연결된다. 성명과 이메일 우편주소만 기입하면 간단하게 주문할 수 있다. 무료 주문 후 우편으로 자가진단기를 받는 데 7~12일이 걸린다. 자가진단기는 15분 만에 양성 또는 음성 여부를 판정해 준다.

둘째 당장 코로나 검사가 필요한 경우 CVS나 월그린, 월마트, 타겟과 같은 대형약국 체인점을 방문해 자가진단기를 무료로 구입할 수 있다. 셋째, 미 전역에 증설한 2만곳 이상의 코로나 검사장에 예약 후 직접 방문해 PCR 테스트기로 보다 정확한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바이든정부는 전략비축물자에서 N95 마스크 4억개를 인출해 국민들에게 무료 배포한다고 발표했다. N95 마스크를 미 전역에 있는 커뮤니티 헬스 센터와 약국체인점에 보낸 뒤 국민이 무료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연방정부가 이번에 배포하는 N95 마스크는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를 95% 막아주는 고성능 고품질로, 생화학 테러에 대비한 전략물자로 비축해오던 것이다. 미국은 현재 N95 마스크 7억3700만개를 비축해 놓고 있다.

미국은 특히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중국에 의존하던 N95 마스크 생산을 국내업체로 100% 전환했다. 미국업체들이 한달에 1억4100만개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췄다.

'부스터샷, 오미크론도 중증입원 막아'

부스터샷 접종자들은 오미크론 변이에도 중증입원을 90% 막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했다. CDC는 지난 주말 세 건의 보고서를 통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3차 부스터샷으로 접종하면 오미크론 변이에도 중증발병 입원을 90% 막아주고 있다는 고무적인 결과를 밝혔다.

CDC는 지난해 8월부터 오미크론이 본격화된 11월 말을 거쳐 지배종이 된 이달 초까지 병원응급실과 입원실을 방문한 수만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스터 백신 효과가 확고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수만명에 대한 자료분석 결과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2차 접종완료한 지 5개월 경과시 3차 부스터샷을 맞은 경우, 중증으로 발병해 입원할 가능성이 90% 낮아졌다. 또 부스터샷 접종자들이 응급실을 갈 가능성도 82%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CDC의 이번 자료분석 결과는 영국 등에서 내놓은 부스터 백신 효과와 비슷하다.

하지만 자료분석이 늦어지는 바람에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기록적인 감염사태는 물론 중증입원, 사망자 증가를 막는 데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에 돌파감염 당해도 중증입원은 막아준다'는 당국의 강조에도 미국 내 부스터샷 접종은 전체 대상자의 39%에 그쳤다. 최근 들어 하루 부스터샷 접종자는 68만2000명으로 다소 주춤해졌다.

그러는 새 미국 내 첫 감염이 확인된 지난해 12월 1일 이후 한달 보름여 만에 오미크론 변이가 신규감염의 98%를 차지하며 지배종이 됐다. 최근 들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접어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1월 22일 하루 감염자는 7일 평균 70만5000여명으로 2주 전보다 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중증입원자도 16만명으로 25%, 사망자는 2100명을 넘어 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0만명 대규모 병가에 '경제 직격탄'

미국에서 코로나에 감염됐거나 감염자를 돌보기 위해 1000만명 이상이 근무를 중단하고 병가를 이용하고 있어 사업체와 가계에 경제적 타격을 주고 있다.

연방 센서스의 설문조사 결과, 근로자 880만명은 현재 본인이 감염됐거나 감염된 가족을 돌보기 위해 병가를 내고 일을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개로 320만명은 아직 감염되진 않았지만 감염을 우려해 일을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방 센서스는 1월중 대규모 병가 사태는 전체 노동력의 6%가 일하기를 멈춘 것으로, 한달 전 대비 3배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2주 동안 병가 또는 일시로 업무를 중단한 직원은 전체 노동력의 0.4%에서 5.2%로 급등했다.

대규모 퇴직보다 더한 초대형 병가 사태로 서비스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델타항공의 경우, 전체 직원의 10%인 8000명이 병가를 떠나 항공편 2000여편을 취소했다. 항공업계는 성탄절 이브부터 2주일 넘게 약 2만편의 비행기를 취소했다. 식당과 술집, 식품점, 소매점들도 병가를 가는 직원이 속출하면서 일손 부족에 영업시간을 대폭 단축하거나 아예 문을 닫았다. 매출이 급감하면서 구인난을 겪고 있다.

경제분석기관들은 당초 올 1분기 미국경제 성장률을 5.2%로 예상했지만, 오미크론 여파가 확산된 현재는 2.2%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