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한국형 주치의제' 도입하려면

2022-01-28 10:46:35 게재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우리나라 보건복지정책사에서 기억할만한 일이 일어났다. 정치권 주요 4당이 '주치의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고, 24일 '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4당 초청 토론회에서 각당 대통령선거본부 관계자들은 '모두' 주치의제 도입을 위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함께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의대교수 말마따나 범국민운동본부는 "참으로 기억할만한 날"이라며 반색한다.

이날 토론회 기조발표를 맡은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주치의제도가 도입되면 여러 병원에 다니며 생기는 중복진료 중복검사와 투약 등이 방지되어 전반적인 국민 건강관리 수준이 높아지고 의료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우선 일차의료 특별법을 제정하고 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마스터플랜 마련, 일차의료 전문의 육성과 주치의제도 정착을 위한 참여 의료기관의 보상체계 구축 등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박진규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위드코로나대책특별위원장은 "접근성 포괄성 지속성 등 의료서비스 질이 제고되어야 하고 진료에 대한 합당한 수가 보상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의 의료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해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한국형 주치의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차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국가 재정 책임 등 주치의제도 도입에 대한 세부 내용을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4당이 이처럼 주치의제 도입에 적극 나선 것은 시민들의 높은 요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한가정의학회와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2020년 11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 87%가 주치의제도 도입에 긍정적이었다. "내 건강을 책임지고 관리해주는 전문의사의 필요성"이 주요 답변 이유였다.

하지만 정치권이 주치의제도를 쉽게 선물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금물이다. 김대중정부 당시에도 주치의제도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정부 출범 후 주요정책으로도 발표했지만 끝내 의료계 반발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그후 오랜 세월 정치권은 주치의제도 도입 요구를 터부시했다.

강정화 범국민운동본부 대표(한국소비자연맹 회장)는 "국민 각자가 자신의 주치의를 갖는 것은 국민의 권리"라고 말했다. 권리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행사할 때 현실화된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주치의제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시민들이 감시의 눈을 치켜뜨고 있어야 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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