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노동자 "최소 안전망도 없다"

2022-04-01 11:19:04 게재

소득·배달시간 미달되면 산재보험 사각지대 방치

플랫폼 배달노동자의 사고가 잇따르지만 산재보험 등 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노동 단체가 지적하고 있다.

1일 경찰과 플랫폼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도로에서 낮 12시 20분쯤 전기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하던 40대 여성 A씨가 5톤 화물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여성은 올해 초 한 플랫폼에 가입해 이날 점심 주문을 받고 배달을 하던 중이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사고를 낸 화물차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에 따르면 A씨는 배달 의무 시간을 채우지 못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했고 플랫폼 회사 정책 때문에 운송보험 적용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에는 경기도 시흥에서 다른 플랫폼에 가입해 저녁 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신장이 파열된 B씨가 있었다. 직장을 다니던 B씨는 시간제보험과 산재보험이 된다는 말에 부업으로 플랫폼에 가입했지만 전속성 기준에 못 미쳐 산재보험 불승인 결정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았다.

B씨는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앱을 깔고 보험료만 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전속성 기준이 있는 걸 몰랐다"며 "시간제보험과 산재보험이 안 될 수 있다는 걸 부업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치료비 1000만원을 본인이 내야 했다.

해당 배달업체는 "(우리 회사) 배달 수행 중에 사고는 모두 산재 승인이 되고 있다. 다만 산재 승인 여부에 대해서는 공단에서 판단한다"고 밝혔다.

3월 31일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와 라이더유니온은 A씨 사고에 관해 입장을 내고 "고인은 산재의 전속성 기준인 월소득 115만원, 종사시간 93시간을 충족하지 못해 산재보험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업체의 무보험 정책 때문에 보험에 들지 못해 유상운송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상보험 적용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또 "2021년 기준으로 업체에서 한 건 이상 배달노동을 한 사람이 약 60만명으로 최소한의 안전망 없이 배달노동자를 거리로 내모는 것을 규탄한다"며 "제도적으로 허용한 정부에 대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부는 지난달 8일 "유통배송기사, 택배 지·간선기사, 특정품목 운송 화물차주 등 특고 3개 직종에 대한 산재 보상보험이 적용 되도록 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의결됐다"며 "더 많은 특고·플랫폼 종사자들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전속성 폐지 등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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