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동결' '인상' 힘겨루기

2022-05-25 11:10:42 게재

양대노총, 토론회서 시급 1만1860원 제안

경영계, 경영·고용여건 악화로 인상 반대

중소기업 46.3% '차등적용 필요없다'

'동결' '인상'

경영계와 노동계가 또다시 맞붙는다. 다음달 9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가 열린다. 전원회의를 앞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토론회를 개최하거나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관심을 끌었던 '최저임금 차등화'는 핵심 쟁점에서 멀어졌다. 논쟁은 '인상폭'으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에서는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업계가 앞장서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임금인상 여력이 없다는 게 이유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생계비'를 제시하며 높은 인상률을 예고한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와 글로벌 공급망 붕괴, 원부자재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등 악화된 경제환경에서 '민간주도 성장'을 강조해 온 윤석열정부가 어떤 입장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문재인정부는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 추진으로 집권기간동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생계비 기준이 중요 = 24일 국회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최저임금 핵심 결정 기준으로 생계비 재조명'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제시했다. 양대노총이 내놓은 최저임금 기준은 '가구별 적정생계비'와 '시급 1만1860원(월 2479000원)'이었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창근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은 "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의 절대적 수준 설정과 적절성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이라는 최저임금제도 목적에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정아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적정생계비를 최저임금에 반영해 도출한 최저임금 수준으로 시급 1만1860원, 월 247만900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인 9160원보다 2700원(29.4%), 월급은 191만4440원보다 56만4560원이 인상돼야 한다는 게 노동계 인식인 셈이다.

같은날 중소기업중앙회와 경영자총협회도 '중소기업 고용애로 실태 및 최저임금 의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4~16일까지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결과를 보면 중소기업 10곳 중 6곳(59.5%)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53.2%)하거나 인하(6.3%)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원인은 경영악화다. 중소기업의 47.0%는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대비 현재 경영상황이 악화됐다고 느끼고 있다. 향후 경영·고용여건에 대한 예상도 '악화'(36.9%), '비슷'(50.8%)이 압도적이다. '호전'은 12.3%에 그쳤다. 최저임금 인상시 대응방법으로 대책없거나(47.0%) 고용감축(46.6%)이 대부분이었다.

김문식 최저임금 특위 위원장은 "현장에서는 오랜 기간 고통 받았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한숨 돌리나 했지만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다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53.2% 동결 요구 = 최저임금 논의 초기에 주목받았던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논의에서 배제됐다. '차등적용'은 업종별 규모별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자는 내용이다. 최저임금이 사용자의 지불능력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지역별 업종별 차등적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으로 일하겠다는 사람들도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현재 최저임금법 4조 1항에는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하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1988년에 처음으로 차등적용을 한 적이 있다. 도입 1년 만에 폐지된 후 현재까지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해 왔다. 여러차례 최저임금위원회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부결됐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논의하기로 해 경영계는 크게 기대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국정과제에 포함하지 않아 관심에서 멀어졌다.

특히 중소기업들도 차등적용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53.7%였다. 46,3%가 '필요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중기중앙회는 그동안 중소·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을 감안한 최저임금 속도조절과 구분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중기중앙회 입장과 중소기업 의견에 차이를 보인 것이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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