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시황 안개 속 HMM 민영화 난기류

2022-07-13 10:40:25 게재

해진공 "민영화 포함 다양한 방안 검토" … 전환사채 조기상환도 변수

최근 SM그룹이 HMM 주식을 집중 매입, 3대 주주로 오르면서 HMM 민영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하지만 해운시황이 고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HMM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발행한 영구 전환사채(CB) 조기상환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민영화 작업에도 변수가 생기고 있다.

HMM을 단독관리하고 있는 해양진흥공사 핵심 관계자는 13일 "민영화라는 한가지 방법뿐 아니라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HMM 미래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MM 소속 2만4000TEU급 선박 상트페테르부르크호가 중국 옌텐에서 선적하고 있다. 사진 HMM 제공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도 지난 5월 25일 기자들과 첫 간담회에서 "당장 민영화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글로벌 해운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대외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어 글로벌 항만물류 경쟁력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며 "HMM이 번 돈도 있지만 선복량 확대, 물류터미널 확충 등 투자를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호황은 다시 안 온다" = 해운시황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해운업체들간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컨테이너시황을 대표하는 지수 중 하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8일 전주보다 59.40포인트 내린 4143.87을 기록하며 4주 연속 하락했다.

SCFI는 상하이해운거래소에서 집계하는 15개 항로의 스팟운임(항해마다 계약)을 반영한 운임지수로, 2009년 10월을 1000포인트 기준으로 한다.

1월 7일 5109.60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점을 찍었지만 중국의 도시봉쇄 등으로 17주 연속 하락, 5월 13일 4147.83까지 떨어졌다. 이후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던 지수는 최근 다시 4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분석가들과 해운업계는 긴 불황과 짧은 호황을 반복하는 해운시장이 코로나로 인한 역사적 호황을 지나 다시 침체기로 들어서는 것인지 긴장하고 있다. 미국 리먼사태 이후 불황기에는 해운업체들이 '치킨경쟁'을 했고 한국의 한진해운이 파산했다.

SCFI는 코로나19 이전에는 2010년 7월 1583.18로 최고였고, 2016년 3월 400.38로 최저를 기록했다. 2009~2019년 기간 평균은 959에 그쳤지만 코로나 이후 5109.60까지 올랐다가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외 시장분석 기관들은 해운시황이 고점을 지났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영국의 해운시황분석 전문기관인 MSI는 2분기 보고서에서 시황을 좌우하는 컨테이너 물동량(수요)은 △중국봉쇄 △우크라이나전쟁 △인플레이션 및 금리인상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선복량(공급)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해양진흥공사도 12일 발행한 '컨테이너선 시장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달 상하이 봉쇄 해제와 계절적 성수기에 접어들었지만 운임 추가상승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대유행 완화에 따른 공급망 정상화, 주요국 긴축재정과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경기부진 우려, 시황이 좋을 때 집중 발주된 선박들의 인도(공급) 증가 등으로 운임시장이 하락세로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이유다.

국내 정기선사의 한 임원은 "불황기에 비해 지금도 컨테이너운임이 높은 수준이지만 코로나로 인한 역대급 호황은 지나갔다"고 말했다.

투자기관들도 신중론을 펴고 있다. 신영증권은 13일자로 발행한 산업리포트에서 "공급증가를 이기는 운임은 없다"며 "운임시장 최고점은 1월 7일 이미 지나갔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신규 선박이 시장에 공급되지 못한 시간이 3년째 이어지고 있어 지금도 해상운임은 높은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신규 선박이 공급될 예정이라는 게 근거다.

이석용 해양진흥공사 스마트해운정보센터장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가 선박공급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고, 미국 서부항만 파업도 변수지만 해운시장에는 호재보다는 불확실성이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환사채 주식전환하면 HMM 인수 버거워" = 해운시장에 다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대 국적선사인 HMM의 미래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1분기까지 코로나호황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HMM은 2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은 HMM의 2분기 매출액을 5조1152억원, 영업이익을 3조1687억원으로 전망했다. 전분기 대비 각각 4.0%, 0.6%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산업리포트에서 "정기선사인 HMM과 부정기선사지만 HMM 주식취득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SM그룹의 상장해운사 대한해운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HMM에 대한 적정주가도 2만45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지난해 5월 말 달성한 5만1100원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12일에는 하루 전보다 3.09% 떨어진 2만35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HMM 내부에서는 코로나 이후 상품수요는 줄어들고 서비스수요가 증가하면서 물동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인플레압력에 시달리는 미국에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는 '수입절벽'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영화는 영구 전환사채(CB) 변수로 난항이 예상된다. HMM 공시와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HMM은 2018년 10월 25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에서 발행한 40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내년 10월 25일 이후부터 조기 상환할 수 있다. 전환사채 만기는 30년이지만 HMM은 발행일에서 5년이 경과한 이후부터 조기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조기 상환에 소극적이다. 채권 발행가격보다 높은 주가를 기록하고 있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하면 배임이 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이동걸 전 산업은행장은 지난해 "HMM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당연히 이익인데 이익 기회를 포기하면 배임"이라며 주식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해양진흥공사도 같은 논리로 지난해 10월 HMM의 전환사채 중도상환 통지를 받은 후 주식전환청구권을 행사, 모두 주식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HMM 1, 2대 주주인 이들이 HMM 전환사채 6건, 2조6800억원 규모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HMM을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이 나타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양진흥공사는 "전환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HMM을 인수하려는 기업의 인수금액이 늘어나 부담스러워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사는 HMM 진로와 관련, 민영화 외에 다른 방안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정연근 김영숙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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