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9.1% 폭등 … 금리 1%p 올리나

2022-07-14 11:33:58 게재

41년 만에 최고 인플레 … 주거비 상승 우려

물가 정점 통과 어려워 … 고강도 긴축 전망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고공행진했다. 모든 품목에 전방위적으로, 예상치를 훌쩍 넘어 오른 물가에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 금리인상 폭에 주목하고 있다. 2개월 연속 0.75%p 인상 전망이 확실해진 가운데 일부에서는 더 강력한 1.0%p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거비, 1991년 이후 최고치 기록 =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는 6월 소비자물가(CPI)가 전년 동월대비 9.1% 올랐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 8.8%를 웃돌며 1981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근원 CPI 연간 상승률은 5.9%로 전월 6.0%보다 둔화됐지만 월간 상승률은 0.7%로 전월 0.6%보다 올랐다.

휘발유에서 고기류, 자동차, 렌트비까지 모든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에너지와 식품, 주거비용이 주된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품목별 상승률을 살펴보면 에너지 가격이 41.6% 상승했다. 식품가격이 10.4%로 10% 넘는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주거비용은 전년 동월대비 5.6%를 기록해 임대료 상승에 따른 부담을 반영했다. 서비스 부문에서 주거비용은 1991년 2월 이후 최고치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주거비용 오름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주택구입 여력이 약화된 반면 임대료의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임대료의 상승 압력이 하반기에도 계속 될 수 있어 서비스물가 상승압력을 높일 것"이라며 "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가운데 상품 부문에서 서비스부문으로의 물가가 전이되고 있다는 점은 연준의 매파적인 스탠스가 조기에 바뀌기 어려움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물가 상승에 대한 대응이 공격적인 기조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알함브라의 한 슈퍼마켓에서 사람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1%로, 198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AFP=연합뉴스


◆연준 1.0%p 인상 가능성 '50%' = 6월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0.75%p는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1.0%p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당초 7월 0.75%p 금리 인상 이후 9월에는 0.5%p로 금리인상을 속도 조절할 것으로 보았으나 이번 소비자물가가 다시 상승폭을 확대함에 따라 9월까지 0.75%p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물가지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자이언트 스텝을 뛰어넘는 더욱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1.0%p 금리인상 전망은 더 높아졌다. 전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0%p 인상할 가능성을 48.8%로 내다봤다.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6월 소비자물가 결과로 인플레이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연준 통화위원들이 1.0%p 금리인상도 고려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날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물가안정 의지를 강조하며 정책금리를 2.5%로 1.0%p 인상했다. 4회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G7 가운데 1.0%p 인상에 나선 것은 캐나다가 처음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당분간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가 어렵다며 미 연준의 강력한 통화긴축을 예상했다.

BMO 캐피탈마켓의 살 구아티에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7월 휘발유 가격 하락과 일부 소매점의 할인판매에도 불구하고 주거비 및 임대료 등 근원 CPI 항목의 물가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강하다"며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정점에 달하지 않을 것이고 예상보다 오랫동안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클레이스의 마이클 폰드 글로벌 인플레이션연동 리서치 대표는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이 기존 예상보다 더욱 매파적 움직임을 나타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은 연준이 7월에 1.0%p 금리인상 가능성이 당초 37%에서 50%로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만약 7월에 기준금리를 1.0%p 올리게 되면 올해 연말 미국 금리는 3.4%, 내년 말 3.8% 등 4%까지 올라가게 된다. 물가 안정에 미흡하면 최악의 경우 연준의 내부보고서에선 7%까지 급등 시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결국 미국인들은 올해와 내년 말까지 최소 2년 동안 8~9%대의 고물가와 4%대의 고금리, 4%대로 실업률 상승, 그리고 불경기 공포까지 3중고에 시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영숙 기자 ·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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