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빅테크기업들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에 대응하려면

2022-09-26 12:02:26 게재
윤영미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공동대표

구글과 메타(페이스북)가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다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로부터 1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개보위에 따르면, 구글은 서비스 가입 시 이용자의 타 사이트 방문 이력 등 행태정보를 수집·이용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고 '옵션 더 보기' 화면을 가려둔 채 기본값을 '동의'로 설정하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데 동의한다는 버튼이 자동으로 눌러져 있었다는 뜻이다.

메타는 페이스북 계정 생성 시 한번에 다섯줄밖에 보이지 않는 스크롤 화면에 행태정보 수집 관련 사항이 포함된 데이터정책 전문 694줄짜리를 게재했다. 별도로 법정 고지사항을 알리고 동의받지도 않았다.

이에 따라 구글과 메타 이용자가 이들 서비스에 로그인한 상태이면 두 회사는 이용자가 어느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등을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었다. 개보위 조사 결과, 한국 이용자들은 구글 서비스의 82% 이상, 메타는 98% 이상 무의식적으로 '행태정보 수집' 설정을 해놓았다. 글로벌 거대기업이 눈속임과 꼼수로 우리나라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마구잡이식으로 끌어모아온 것이다.

이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는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데 사용됐다. 네이버에서 '탈모'를 검색했는데,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탈모샴푸' '탈모약' '탈모클리닉' 광고가 계속 뜨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 봉으로 보고 있는 구글과 메타

구글과 메타는 적법 절차를 지켰다고 내세우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구글은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에서는 이용자가 개인정보보호 설정을 직접 선택하도록 단계별로 구분해 동의를 받고 있다. 앞서 메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한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행태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됐다. 맞춤형 광고 표시를 위한 개인정보 수집은 물론 위치정보 수집과 수집한 정보를 정부기관·수사기관·분쟁해결기관에 공유하는 데 동의할 것을 요구했다가 반발이 거세자 철회했다. 두 기업 모두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행태다.

개보위의 이번 조치는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민감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가 어떻게 기업에 의해 수집·이용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 보도를 접하면서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 미국 여성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생리주기 어플리케이션을 삭제하고 있다는 '가디언'의 뉴스가 떠올랐다. 낙태권 폐기 판결 이후 낙태가 불법이 되는 주에서 향후 자신에게 관련 법적 문제가 생길 경우 해당 앱에 담긴 데이터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앱 삭제가 줄을 이었다는 보도였다.

이 판결 이전에도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수집한 개인정보가 수사에 쓰이는 관행이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낙태권을 인정한 판결이 뒤집히기도 전에 미 연방검찰이 낙태법 관련 수사에 페이스북 메시지를 활용해 기소한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임신 20주 이후 낙태가 불법인 네브래스카주에서 10대 딸의 낙태를 도운 엄마와 임신한 딸이 페이스북 메시지로 낙태약 구입과 사용법 등을 의논한 사실이 증거로 채택된 것이다.

당시 이 사건으로 미국에서는 빅테크기업들의 개인정보 침해·악용 문제가 큰 논란이 됐다. 특히 심각한 우려의 대상은 구글의 위치정보 서비스였다. 미국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빅테크기업들의 데이터 수집절차를 재검토하고 소비자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갔다. 그러자 구글은 낙태병원을 포함해 상담센터, 가정폭력보호소 등 이용자들이 민감해할 수 있는 시설 방문기록은 위치정보 이력에서 즉시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앱 사용권한 끄는 일부터 실천

개인정보가 돈이 되는 시대에 어떻게든 많은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끌어모으려는 기업의 행태 앞에서는 소비자 스스로 개인정보를 철저히 관리할 수밖에 없다. 휴대폰 앱을 통해 각종 행태정보가 수집되지 않으려면 필요하지 않은 앱의 사용권한을 끄고 사용하지 않는 앱을 제거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부터 당장 실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