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향한 APEC의 여정

2022-11-21 11:14:17 게재
윤성덕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

APEC 정상회의가 4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되었다. 2019년은 주최국이었던 칠레의 자국 사정으로 정상회의 자체가 취소되었고 지난 2년간은 팬데믹으로 화상으로만 개최되었다. 물론 APEC 정상들은 협력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20년도에는 말레이시아 주도로 푸트라자야 비전 2040에 합의하면서 향후 20년간 APEC이 가야 할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2021년에는 뉴질랜드 주도로 아오테아로아 행동계획을 합의하고 푸트라자야 비전을 구체화할 세부 방법과 방식을 결정하였다.

1세대 APEC 보고르 목표가 무역 자유화를 추구했다면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은 혁신 및 디지털과 포용적 성장을 무역 자유화와 함께 3대 경제성장의 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금년도 태국 APEC 정상회의는 이를 이어받아 개방, 연결, 균형이라는 주제를 선정하였다.

이번 기회를 빌려 금년도 정상회의 성과를 회의 주제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개방과 관련, APEC 정상들은 다자무역체제 강화를 지지하면서 APEC 회원국 간 자유무역 촉진 방안을 협의하였다.

APEC은 오랜 기간 WTO 다자무역체제를 옹호해오면서 WTO 협상이 어려울 때마다 돌파구를 마련해왔다. 세계 1~3위 교역국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전 세계 교역의 51%를 차지하는 APEC이 한목소리로 WTO 협상 진전을 요구하는 것은 큰 울림이 있어 왔다. 실제로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은 물론 금년 WTO 각료회의 타결까지 그 뒤에는 APEC이 있었다.

한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APEC이 계속해서 WTO 다자무역체제에 지원을 강화할 필요성과 특히 분쟁해결절차나 디지털 경제 등 우리 관심 분야에 대한 협의를 진전시키도록 촉구할 것을 제안하였다.

무역 자유화의 다른 축은 APEC 회원국의 지역통합노력이다. 현재 APEC 회원국들은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방안을 모색중이다. FTAAP이 실현된다면 전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가 됨은 물론이고 우리 수출의 77%가 자유화된다는 의미다.

비록 현재 APEC 회원국 간 이견으로 논의가 정체중이지만 한국은 APEC 회원국들의 협상 능력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면서 우호적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연결성과 관련, APEC 정상들은 인력이동 자유화와 디지털 연결성 강화 방안을 논의하였다.

APEC 회원국들은 코로나19 동안 인력이동 중단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에 바탕을 두고 미래에 유사한 상황 발생시 어떻게 이동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였다. 한국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성공적으로 취해진 여러 과학적 선진화된 방역 조치들을 소개하였다.

디지털과 관련,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구상을 소개하고, 디지털 격차 해소 등 APEC의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주도해 나갈 의지를 피력하였다.

한편 연결성의 또다른 중요한 부분은 공급망이다. 한국은 APEC의 공급망 점검사업(SCFAP)에 주도국으로 참여하면서 여러 해법을 제시한 바 있고 내년도에도 주도국으로 참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APEC 정상들은 균형이라는 주제하에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 필요성을 제시하였으며, 기후변화 대응을 통해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방안도 모색하였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이 규제완화 등을 통해 민간주도 경제를 활성화하면서 복지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는 푸트라자야 비전 2040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특히 우리의 APEC 중소기업에 대한 컨설팅, 포럼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소개하고 ODA를 증액해 나가면서 글로벌 중추국가를 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한국은 2025년 APEC을 개최할 예정이다. APEC 창립을 주도한 국가로서 2005년에 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20년 만의 개최이다.

언뜻 보기에 APEC은 논의도 더디고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어 보일 수 있으나, APEC은 우리의 최대 수출국, 최대 수입국, 핵심 광물협력국, 기술 협력국 모두가 포함된 유일한 협의체이다. 우리의 과제는 APEC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느냐는 것이다.

2025년을 향한 여정은 시작되었다. 우리 정부는 이 여정을 우리 기업 및 경제주체들과 함께 준비하면서 APEC이 21세기에 부합하는 기구로 활성화되도록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