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들 "ICT장비로 악취 줄였다"

2022-12-30 10:17:22 게재

정부·지자체·농가 정보공유

기준치 초과하면 바로 개선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환경관리원에서 진행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를 활용한 축산악취관리사업이 효과를 내고 있다.
당진시 산수농장에서 액비순환시스템을 거쳐 발효, 악취를 줄인 액비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축산환경관리원 제공

어미돼지 1000마리 규모 농장을 세종시 연기면에서 경영하는 천용민 기신농장 대표는 2021년부터 액비순환시스템과 함께 센서 폐쇄회로티브이(CCTV) 등 ICT장비를 농장내 악취가 취약한 곳에 설치하고, 악취 개선에 나섰다.

천 대표는 29일 "악취를 줄이기 위해 발효액비를 순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축산분뇨를 발효하는 폭기조와 새끼돼지를 낳는 분만사 등에 암모니아를 측정하는 센서를 두고 관리한다"며 "농장 앞에 마을회관이 있는데, 마을이장이 악취가 나지 않게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고 말했다.

악취가 줄면 마을 주민 민원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양돈 생산성도 올라간다. 기신농장은 돼지 체중 30kg까지 키워 파는 자돈(새끼돼지) 농장인데, 악취 관리를 하기 전엔 어미돼지 한 마리당 자돈 20~21마리 정도를 생산했지만 지금은 28~29마리를 생산한다.

천 대표는 "액비순환시스템과 ICT장비를 활용해 악취를 줄이니 자돈들 폐사율이 줄고 성장도 잘 해 자돈을 구입해 키우는(비육) 농장들이 '자돈들 상태가 좋아졌다'면서 다들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축산환경개선을 위해 전기료, 미생물구입 등 월 700만원 정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만 생산성이 높아지고 직원들 근무환경도 좋아져 계속 투자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당진시 순성면에서 어미돼지 200마리 규모로 자돈부터 비육까지 일관생산하는 산수농장은 2020년 축사 굴뚝(배기구)에 세정식 탈취시설을 설치하고, 액비순환시스템과 ICT장비도 도입했다. 돼지를 키우는 돈사 내부 암모니아 농도는 액비순환시스템을 도입한 초기 33ppm에서 올해 12월 현재 7ppm으로 줄었다.

이병하 산수농장 대표는 "농장 안에 설치한 센서를 통해 측정하는 암모니아 수치는 축산환경관리원과 당진시 시설업체 농가가 실시간 공유한다"며 "수치가 높아지면 축산환경관리원과 지자체를 통해 연락이 오고 개선할 수 밖에 없게 되니 악취가 발생·배출되지 않게 농장에서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센서를 설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악취가 많이 난다는 데이터가 나와 축산분뇨 저장조를 다 덮고, 폭기할 때 공기주입장치 압력도 낮춰 소음과 암모니아 발생도 줄였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축산환경관리원을 통해 축산농가와 가축분뇨처리시설에 악취측정 ICT기계·장비를 지원, 악취를 관리하고 있다. 센서 등 ICT 장비를 이용해 농가와 가축분뇨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환경·악취 정보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관리하는데, 2017년 42개소를 시작으로 올해 12월 기준 624개소에 설치했다. 2025년까지 1000개소까지 보급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5월부터 암모니아 농도가 20ppm을 초과하는 빈도가 많은 축산농가·시설 10개소를 집중 관리 대상으로 지정, 관리한 후 암모니아 농도를 평균 15.96ppm(5월)에서 0.61ppm(10월)으로 평균 96.2% 이상 줄이기도 했다.

축산농가들이 과학적 장비를 활용해 악취를 줄이려는 노력은 주민들에게도 공감을 얻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축산악취개선 체감에 대한 주민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축산농가의 노력'이 가장 많은 표를 얻기도 했다.

한갑원 축산환경관리원 교육기술부장은 "악취측정 ICT 기계·장비 도입을 통한 축산환경개선으로 민원이 더욱 줄어들고 깨끗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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