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해운·조선산업 전망

해운, 물동량 2.2%↑선복량 2.6%↑ 예상

2023-01-06 10:54:01 게재

경기침체·탈탄소규제 적응 과제

조선업 건조물량 27.8% 늘어나

올해 해운·조선산업의 화두는 적응이다. 세계적 경기침체와 탈탄소 흐름에 적응 여부는 해운업 생존을 가르는 시험대가 됐다. 조선업은 부족한 인력, 불안정한 원자재 공급 속에서 확보한 물량을 인도시기에 맞춰 제대로 건조하는 게 과제다.

◆벌크·컨테이너 해상운임지수 하락 = 지난해 12월 30일자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1107.09 대비 소폭 상승한 1107.55를 기록했다. 28주 만의 반등이다. 지난해 1월 사상 첫 5100선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은 SCFI는 6월 중순 이후 27주 연속 하락했지만 연말 소폭상승하면서 운임이 바닥에 닿은 것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신중한 분위기다. 산업은행은 올해 해운시장은 세계경기 침체 속에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은의 올해 산업전망에 따르면 해운시장의 수요, 세계 물동량 증가율(2.2%)은 공급인 선복량 증가율(2.6%)보다 낮다.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가격 불안정 지속, 주요국들의 탈탄소 전략에 따른 석탄 철광석 등 화석연료 사용 제한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대표적인 벌크운임지수(BDI)가 지난해보다 30~3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컨테이너선도 선박공급 증가(6.9%)가 물동량 증가(0.5%)를 크게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된 운임하락으로 코로나19 이전 운임에 접근한 시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 것이다. 해진공은 컨테이너시장에서 공급과잉에 따른 운임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유조선시장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 수요나 공급 증가율은 지난해 대비 1.2%, 1.1%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선박 항해거리 증가, 운항효율 감소 등으로 인한 선박의 실질 공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침체해도 해운기업들이 탈탄소 흐름에 적응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올 1월 1일부터 운항 중인 현존선박에 대한 에너지효율지수(EEXI)와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 등급제를 시행한다.

국제해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70% 감축한다는 목표다.

에너지효율지수는 400톤 이상 선박의 연비를 사전에 인증토록 하는 제도다. 2013년 도입된 신조선 대상 규제를 운항 중인 선박으로 확대했다.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선박은 엔진 출력을 제한하거나 친환경 연료 사용 등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선박들은 올해 정기검사부터 연비 인증을 통과해야 한다.

정태순 한국해운협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부터 선박에 대한 온실가스 규제와 미래 디지털 선박시장에 대한 준비는 우리 해운업계의 차세대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업, 인력·재료 확보가 변수 = 산업은행은 올해 조선산업 수주량은 줄어들고, 건조량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수주량은 높은 선가와 수주잔고 증가로 인한 제한적 발주로 2.4% 감소한 3630만톤(표준선 환산톤)으로 예측했지만 건조량은 2021년 수주물량이 반영돼 10.2% 증가한 3230만톤으로 예상했다.

국내 수주량도 국내 조선소의 수주잔량 확보에 따른 선별 수주로 지난해보다 17.6% 감소(1260만톤)하지만 건조량은 1010만톤으로 27.8%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3년치 이상 일감을 확보한 국내 조선소는 수익성이 좋은 LNG선과 대형컨테이너선을 주력으로 선별 수주하는 분위기다. 이들 두 선종은 전체 수주량에서 각각 65.6%, 30.0%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국내 조선소 수주잔량도 전년 대비 6.9% 증가한 3880만톤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선박을 건조할 인력이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올해 말까지 현장 생산인력이 1만4000여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법무부는 6일 조선업계가 요구한 외국인력 도입에 따른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외국인력을 도입할 때 '도입업체의 신청~조선협회의 예비추천'까지 걸리는 시간을 3일 이내로 단축하고, 조선업 밀집지역에 조선업 현장애로 데스크를 설치해 신속히 어려움을 해소하기로 했다. 현재 비자대기 중인 1000여건을 이달 안에 모두 처리하고, 기존 4개월 걸리던 국내 절차도 1개월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다.

기업별 외국인력 도입 허용비율을 내국인 상시근로인력의 20%에서 30%로 확대했다.

주요 원자재인 후판 조달도 변수다. 지난해 포항제철소 침수 문제로 철강재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국내 조선소들은 해외로 후판 공급처를 다변화했다.

친환경연료추진선박에 대한 수요가 조선업에 활력을 더할지도 관심이지만 대부분 선주들은 친환경 선박 관련 인프라와 기술 등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친환경 연료 선택에 대한 의사결정을 미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국제해사기구의 친환경 연료 탄소 배출량 전주기 평가(LCA) 결과가 발표된 후 선주들이 방향을 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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