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경기침체로 세금 덜 걷히자

기재부, 공정가액 상향·유류세 인하축소 검토

2023-03-22 11:33:16 게재

그냥 두자니 세수부족 증가 … 건드리면 국민부담 가중

부자감세·서민증세 가시권 … 총선도 걸림돌 '진퇴양난'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세수 부족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조정과 유류세 인하폭 축소 카드를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 출범 뒤부터 이어진 '부자감세'도 세수 부족 현상을 부추겼다.

연초부터 세수부족이 가시화하면서 특단의 세수충당 방안을 찾아보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세수충당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난방비 폭탄 논란이 커지자 '국민부담 최소화'를 세정원칙으로 언급한 정부로서는 진퇴양난인 셈이다. 여기에 하반기에는 내년 4월 총선 국면으로 본격적으로 넘어가게 돼 여론동향도 무시할 수 없다. 어찌됐건 세금을 더내고 좋아할 국민들은 없기 때문이다.

모양새도 좋지 않다. 감세할 때는 부자와 대기업 중심으로 하더니, 세금이 부족해지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증세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1월 국세수입 13.6% 줄어 =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세수입은 42조9000억원이다. 1년 전보다 무려 6조8000억원(13.6%) 줄었다. 올해 세수 목표(400조5000억원) 대비 징수 금액을 의미하는 국세수입 진도율은 10.7%다. 최근 5년간 1월 평균 세수 진도율(12.5%)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부동산 거래 감소로 양도소득세가 줄면서 소득세(12조4000억원)가 1년 전보다 8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12월까지 유류세를 37% 인하하면서 교통세(1조원)는 1000억원 줄었다.

연초부터 세수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서 세수 부족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경기 둔화로 경제 성장률이 1%대에 머물게 되면 하반기에도 각종 세금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고용둔화에 따른 소득세, 민간소비 위축에 따라 부가가치세 등 세수가 예상보다 적게 걷힐 것이란 관측이다.

◆고민 깊어지는 정부 = 이에 따라 정부는 세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끌어올려 종부세 세수를 확충하고 유류세 인하폭도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종부세는 개인별로 보유한 주택 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 금액을 제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60~100%)을 곱해 과세표준을 산출한다. 이 비율이 올라갈수록 세 부담은 커진다.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출범 직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대폭 낮춘 바 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급등한 부동산 가격으로 종부세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데다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0~20% 이상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다시 8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종부세가 5조7000억원 걷힐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미 전년보다 1조7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추가적인 세수 감소를 방어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서민증세로 충당? = 다음 달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곧바로 정상화하기엔 서민부담이 커지고, 놔두면 세수부족현상이 장기화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계적으로 유류세를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정부는 국제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11월부터 유류세를 20% 인하했다. 이후 지난해 5월 인하폭을 30%로 확대하고 같은 해 7월부터는 탄력세율을 동원해 인하폭을 37%까지 늘렸다.

올해부터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은 25%로 축소됐으나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에 대해서는 아직 37% 인하율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폭을 상반기 30%, 하반기 20%로 전제하고 교통·에너지·환경세 올해 세입 규모는 11조1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래도 전년 대비 4조2000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정부는 예산 편성 당시와 상황이 달라진 만큼 현재 상황에 맞춰서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세입 기반 확충을 위해 유류세 인하폭은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 유류세 인하폭 조정 등은 서민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자칫 정부 정책 방향이 증세로 비춰질 수 있다. 부자감세로 세금이 부족해지니 서민증세로 만회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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