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매립 금지 임박 … 소각장 공모 잰걸음

2023-04-12 11:31:48 게재

건립비용·반입수수료 20% 지원

당근책 제시해도 입지선정 난항

'기피시설→기대시설'로 바꿔야

생활쓰레기 직매립 금지시기가 임박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소각장(자원회수시설) 신설을 위한 입지선정 공모가 진행되고 있다. 지자체마다 건립비용과 반입수수료의 일정 비율을 설치지역에 지원하는 등의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소각장에 대한 거부감을 불식시키지 못해 입지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11일 지자체들에 따르면 정부 방침에 따라 서울·경기·인천은 2026년부터 생활쓰레기를 수도권매립지에 반입할 수 없다. 수도권 이외 지역도 2030년부터는 직매립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지자체마다 소각장 신설·증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매립지 반입 금지를 3년도 채 남겨놓지 않은 수도권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기도에서는 화성 수원 고양 파주 등이 소각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택지개발로 인구가 급증한 화성시는 하루 500톤을 소각할 수 있는 소각시설을 신축하기로 하고 지난해 9월 공모를 했다. 비봉면 양노리, 장안면 노진리, 팔탄면 율암리 3곳이 유치 의사를 밝혔다.

화성시는 입지선정위를 꾸려 후보지 3곳을 대상으로 입지타당성 조사용역과 현장심사 등을 벌여 올해 안에 입지를 선정한다. 완공은 2028년 말이다.

하지만 비봉면 양노리의 경우 인근 택지개발지역에 분양을 받은 입주예정자들이 시 홈페이지에 집단적으로 민원을 올리며 반대하고 있다. 다른 2곳도 소각장이 들어설 곳에 인접한 주민과 거리가 떨어진 지역주민들 사이에 찬반 갈등이 있다. 시의 지원을 받는 범위가 소각장 반경 300m 이내이기 때문이다.

유치 경쟁이 벌어지는 화성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고양시는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신규 소각장 입지 선정을 위한 공모에 나섰지만 모두 무산됐다. 이에 고양시는 입지선정 계획을 재수립해 이달 중 공고하고 소각장 건립 후보지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인근 파주시도 운정신도시 등이 조성되면서 인구가 증가해 기존 탄현면 소각장(하루 200톤) 용량이 부족해지자 소각장 신설을 추진한다. 파주시는 올 연말까지 소각시설 입지선정을 완료하고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영통소각장 이전을 결정한 수원특례시 역시 이달 안에 새로운 부지 선정을 위한 공모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입지 선정에 성공한 지자체들도 있다. 남양주시는 2020년쯤 소각장 신설계획을 확정, 지난해 6월 이패동 일대로 입지를 확정하고 수도권매립지 사용이 종료되는 2026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남양주시는 소각시설 전면 지하화, 지상 공원화, 주민지원책 제시 등을 통해 입지선정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오는 2030년부터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는 비수도권 지자체들도 소각장 신설에 나서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지난달 29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소각시설 설치사업 추진을 위한 용역 중간보고회를 갖은데 이어 이달 안에 대규모 소각장 건립 후보지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광주에는 2016년 12월 상무 소각장이 폐쇄된 후 대형 소각시설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

세종시는 최근 입지선정위원회를 열어 폐기물처리시설 입지를 전동면 송성리로 결정했다. 세종시는 오는 6월 입지를 고시한 뒤 기본 실시설계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2030년 8월 준공을 목표로 소각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애초 월산공단이었던 입지가 바뀌게 된 절차상 문제와 최민호 세종시장이 후보시절 원점 재검토를 약속해 놓고 이를 어겼다며 반대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소각장 건설을 둘러싸고 갈등이 반복되자 전문가들은 소각장 등 폐기물처리시설이 기피시설이 아닌 기대시설로 받아들여지도록 프레임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표적 사례가 경기 하남시 유니온파크다. 유니온파크는 소각장 등 폐기물처리시설을 지하화하고 지상엔 전망타워 및 물놀이장 등 체육시설을 설치해 지역 랜드마크가 됐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유니온파크처럼 (자원회수시설을) 지하로 넣고 상부에는 문화체육시설이나 편의시설 등 주민 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면 주민들도 일방적으로 반대만 하지는 않을 것"이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고 공모사업을 진행한다면 오히려 환영받는 시설로 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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