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관재' 규명되나

2023-07-18 11:05:06 게재

국토부 환경부 지자체 경찰 등 수사 대상 … 실무자만 처벌 관행 벗어나나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원인과 책임규명을 위한 경찰 수사에 사회적 관심이 쏠린다. 소위 '윗선'은 다 빠져나가고 실무자들만 다치는 전례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홍수 경보 후 4시간 30분이 넘었고, 긴급통제 요청 신고가 접수됐는데도 조치가 없었던 이번 참사는 '관재' 성격이 강해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송 지하차도, 희생자 수색 마치고 정리작업 중 | 18일 오전 미호강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수색구조현장에서 소방·경찰 등 관계자들이 내부 정리작업 및 유류품 수색을 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충북경찰청은 17일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88명 수사관이 참여하는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미호강 임시제방 붕괴 책임 소재와 홍수 위험에도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본부 등과 함께 제방이 유실된 미호천 일대에 대한 1차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이는 무너진 제방을 허술하게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제방 높이나 폭 같은 것들을 살펴보기 위한 기초조사"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임시 제방공사 배경과 붕괴 경위 조사를 위해 미호강 신설 교량공사 관계자 등을 소환할 계획이다. 폭우 예보에도 미호강 제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련자들도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금강홍수통제소가 미호강 범람 위험을 관할 지자체에 통보했는데도 도로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도 수사 대상이다. 범람 위험 경보를 통보받은 흥덕구청과 청주시청, 충북도청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2차례 112신고를 받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경찰도 책임소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와 함께 이번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지도 검토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경영책임자와 공무원 등에게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치단체장도 처벌 대상이다.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뉘는데, 공중이용시설 등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할 수 있다.

적용 대상을 구체적으로 보면 도로교량, 도로터널, 철도시설, 항만시설, 댐 시설, 건축물, 하천시설, 상하수도, 지하역사, 연면적 2000㎡ 이상 지하상가, 연면적 3000㎡ 이상 도서관·박물관, 연면적 430㎡ 이상 어린이집 등이다.

다만, 중대시민재해가 적용되려면 사망자가 1명 이상이거나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이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의 경우, 관리결함이 주된 원인이라 중대시민재해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시민단체들은 오송궁평2지하차도는 2종 시설물로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한다고 밝힌 뒤, 발주 공사 관리와 터널 진출입 통제를 하지 못한 지방자체단체 등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침수사고에 대해 "중대 시민재해에 해당한다"며 "제도적인 부분에서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정도"라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재해가 발생하면 단체장 등 소위 '윗선'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실무자들이 책임을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중대재해법 이전인 2020년 7월 23일 시민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 1지하차도 침수사고의 경우, 단체장을 제외한 부시장 등 부산시청 공무원 2명과 동구청 직원 9명만 기소돼 유죄가 선고됐다.

지금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의 시민재해 조항에 의해 처벌된 사례는 없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중대 시민재해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으나 적용되지 않았다. 사고 발생 장소가 일반 도로라 법상 '공중이용시설'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많았다. 또 경찰은 지난 4월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보행로 붕괴 사고를 중대시민재해로 보고, 신상진 성남시장과 김명수 당시 분당구청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한 수사 가능성에 대해 "모든 것을 열어 놓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희근 경찰청장은 17일 전국 지휘관 화상회의를 열어 호우피해가 큰 충북·충남·경북·전북과 이날 밤부터 집중 호우가 예상되는 경기남부·제주 지역 경찰관서에 최고단계 비상령인 '갑호비상'을 발령했다. 갑호비상이 발령되면 해당 경찰관서 소속 경찰은 비상근무를 하면서 기능·관할과 상관없이 긴급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경찰은 또 3∼15일 이어졌던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가 마무리됨에 따라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10개 경찰부대 소속 경찰관 600여명을 수해를 입은 충북과 충남, 경북, 전북 지역에 투입한다. 이들은 각 지역에서 선제적 교통통제와 위험지역 순찰 등 재난대응 활동에 나선다.

수도권 지역 나머지 60여개 경찰부대에는 호우상황에 대비해 출동태세를 유지하도록 했다. 특히 침수가 우려되는 지하차도와 하상도로에는 위험 등급에 따라 경력을 배치하고 순찰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경찰청 소속 치안감급 고위 경찰관 4명을 충북과 충남, 경북, 전북지역에 보내 피해 현장 복구실태를 점검하고 피해 예방 활동을 총괄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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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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