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환경보전법 '배출' 명확한 기준 없어

2023-08-14 11:23:24 게재

현대오일뱅크 '산업폐수 불법배출' 논란 … "재활용"

검찰 기소에 현대측 "법인 다르다고 불법 어불성설"

현대오일뱅크가 폐수배출로 약 2년 만에 기소됐지만 '불법성' 여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 사건은 2021년 8월 내부 제보에 따른 충남도 특별사법경찰의 수사에서 시작됐다. 환경부 특사경이 추가 수사를 벌인 후 지난해 하반기 환경전담 의정부 지방검찰청에 사건을 송치했다. 검찰이 애초 올해 2월경 기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대측에서 '김앤장' 등 대형 로펌을 통해 강력히 문제제기하면서 기소가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정부 지검은 '환경전담 수사팀' 발족 후 첫 대형사건인 만큼 증거와 법리적용에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검찰 및 법조계와 현대 등에 따르면 핵심 쟁점은 폐수의 공장간 이동을 '배출'로 볼 것인가, '재활용'으로 볼 것인가이다.

검찰은 "폐수 총량 감소로 인한 폐수처리장 신설 비용(450억원) 및 자회사의 공업용수 수급 비용 절감(연 2~3억원)을 위하여 폐수 불법 배출을 감행했다"며 지난 11일 법인과 경영진 7명을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현대오일뱅크에서 사용한 수백만톤의 공업용수를 정화하지 않고 수증기로 날려보내거나 현대 케미칼, 현대 OCI 등으로 '불법배출'했다는 것이다.

반면 현대측은 비록 법인은 다르지만 같은 공장구역 내에 있는 공장에서 '재활용'하고 최종적으로 방지시설을 거쳐 정화한 뒤 외부로 적법하게 배출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물환경보전법에 어디까지를 '배출'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현대측 주장에 따르면 검찰이 같은 법인시설인 생산 공정간 공장용수 이동은 재활용 과정으로 보면서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구역내 현대OCI로 관로를 통해 이동하는 것은 배출로 규정하는 건 지나친 형식 논리라는 것이다. 에스오일이나 GS칼텍스도 동일 법인 내에서 여러 종류의 석유류 생산공장이 가동 중인데, 만약 공장간 용수를 재활용할 경우, 그 경우도 배출로 볼 것이냐는 반론이다.

"법 취지를 무시한 과잉적용"이란 주장도 나온다. 대형로펌에 근무하는 전직 환경부 고위관계자는 "물환경보전법 제 1장 총칙 1조(목적)에는 '공공수역의 물환경을 적정하게 관리ㆍ보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실제 외부(공공수역)에는 아무런 오염도 일으키지 않았는데 이를 처벌하는 게 타당한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검찰은 페놀 등이 함유된 폐수를 가스세정시설의 냉각수로 사용한 것도 문제삼았다. 검찰은 "폐수가 증발되면서 페놀성분이 함께 증발되기 때문에 정화수를 냉각수로 사용해야 된다"고 했다. 하지만 현대측은 "페놀 등은 다 포집되고 대기 중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실제 검찰도 "객관적인 페놀 함유량은 배출당시의 측정값이 없어서 불특정한다"며 제시하지 못했다. 검찰은 측정값을 얻기 위해 관련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소 내용에는 오염량을 제시하지 못했다.

환경부 과징금도 논란거리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현대측에 1509억원의 과징금을 사전통지한 후 검찰 수사결과를 기다려왔다. 2020년 11월 환경범죄단속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부과되는 최고액이다.

환경범죄단속법에 따르면 특정수질유해물질을 배출한 사업장에는 매출액 5%를 초과하지 않는 금액에 정화비용(오염물질 제거와 원상회복에 드는 비용)을 더한 금액이 과징금으로 부과될 수 있다. 1509억원은 현대오일뱅크 매출액 1%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측은 역시 반발하고 있다.

현대측 관계자는 "불법배출이 아닐 뿐더러 실제 아무런 외부 오염을 발생하지 않았는데 매출 대비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현대측은 "영풍 석포제련소 경우 카드뮴을 실제 토양과 지하수에 배출해 낙동강을 오염시켰지만 과징금은 280억원에 불과했다"며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검찰과 현대측 법리 논쟁은 결국 사법부 판단으로 넘어가게 됐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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