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환경평가 지방이양 … 혼선 우려

2023-08-24 12:03:42 게재

준비 안 된 정책은 국정과제 걸림돌 … 한화진 환경부 장관 "검토 필요한 사항"

소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평가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된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지방자치단체 조례 평가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지방이양 시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충분히 준비를 한 뒤 정책을 집행하느냐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준비 안 된 지방이양으로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인 강력한 지방분권 추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환경부(장관 한화진)는 2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에서 열린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 킬러규제 혁파 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화평법' '화관법' '환경영향평가법' 등 법 개정을 올해 하반기에 완료해 화학물질 규제와 환경영향평가 등 환경규제를 풀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규모 등에 따라 평가 절차를 달리한다고 밝혔다. 환경영향이 크지 않은 경우 평가 협의를 면제하는 간이평가를 도입하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지자체 조례를 통한 평가로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또한 긴급한 재난대응 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고 전략평가를 받아 하천기본계획에 포함된 하천정비사업도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한다.

문제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지방 이양 시 나올 수 있는 문제들을 꼼꼼하게 짚은 뒤 관련 대책을 마련해 지자체에서 혼선을 빚지 않도록 중앙정부 역할을 제대로 했냐는 점이다. 개발 사업 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 환경영향평가는 개발 사업의 규모나 속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개발 중심으로만 사안을 해석하게 되면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현장에서는 조금이라도 규제가 덜한 제도에 속하기 위해 노력을 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편법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실제로 한국환경연구원(KEI)의 '실효적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간의 연계성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대응이 시급했다.

사업부지가 도시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을 계획한 지구단위계획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을 거쳐 시행되는 등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대상사업 기준을 나눌 때 정책 연계성을 강화해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실시하게 되는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환경영향평가 규모를 어떻게 나누냐는 등에 대한 문제인 것이지 지자체 조례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가능하게 한 이번 건과는 관계가 없다"면서도 "해당 부분은 보완을 위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난 7일 열린 적극행정위원회 심의·안건에도 이 문제는 논의된 바 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승인면적의 범위를 여러번 추가 승인할 경우 최소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면적을 초과하기 직전 면적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책 간 연계성 강화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정책은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나만 바꾸고 끝이 아니라는 소리다. 유기적으로 엮여있기 때문에 정책 집행이 어려운 것이고 설익은 정책에 따른 후폭풍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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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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