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 칼럼

태양광 발전량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

2023-09-12 11:38:19 게재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

2021년 7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가정용 태양광 등 통계에 반영되지 않아 숨어 있는 비계량 태양광 발전량을 집계하라고 지시했다. 가정용 태양광 등은 그 특성상 자가소비용이라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않아 한전의 공급실적에 잡히지 않으니 발전량 자체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따라서 태양광 발전의 기여도를 한번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숨어 있는 비계량 태양광 발전량까지 추계해 그해 8월 4일 발표한 바 있다. 7월 중 기온이 높은 실제 피크시간(오후 2∼3시)의 전체 태양광 발전비중은 전체 전력수요의 11.1%에 달했다. 더 나아가 비계량 태양광 발전량을 포함한 전체 태양광 발전량 통계를 매일 산출해 공개하기로 했다.

많은 이들이 태양광 발전의 역할 확대에 대해 기뻐했다.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기여도가 커지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란 점에서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양지와 함께 음지도 있기 마련인데, 태양광의 긍정적 역할만 강조되었고 부정적 역할은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변동성 간헐성 경직성 넘을 대책 고민을

태양광은 변동성 간헐성 경직성이라는 3가지 부정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변동성이란 맑은날 해가 높이 떠 있으면 전기를 많이 생산할 수 있지만 흐리거나 미세먼지가 있으면 생산량이 급격하게 감소함을 의미한다. 즉 전력수요는 어제와 오늘 모두 비슷한데 태양광 발전량은 크게 다를 수 있다.

둘째, 간헐성이란 해가 떠 있을 때만 전기를 생산하고 해가 지면 아예 전기를 생산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전력 다소비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 간헐성은 아주 골치 아픈 부분이다. 우리의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철강 정유 석유화학 자동차산업 등은 24시간 내내 일정한 양의 전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셋째, 경직성이란 발전량의 증감이 매우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통상 연료의 투입량 증감을 통해 발전량 조절이 가능하지만 태양광 발전은 연료가 필요없으므로 발전량을 조절하기 어렵다. 또 다른 경직성 전원인 원자력 발전량 비중이 30%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경직성은 특히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계속 증가해왔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다. 예를 들어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크게 증가했던 지난 8월 8일 오후 12∼1시의 태양광 발전 비중은 17.5%를 기록했다. 재작년의 11.1%가 올해는 17.5%로 늘어났으니 몇년 이내에 20%를 넘어설 것이다. 이에 따라 태양광 발전의 변동성 간헐성 경직성의 문제는 더욱더 커지고 정전발생 위험도 커졌다.

태양광 발전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양광 발전을 예찬하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태양광 발전 확대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3가지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첫째, 태양광 발전량이 크게 줄어드는 시간대를 위해 예비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백업 설비를 충분하게 설치하고 운영해야 한다. 국민들은 여기에 소요되는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현재는 태양광 발전 및 백업설비 확대 관련 비용의 상당 부분을 한전이 적자의 형태로 부담하고 있다.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태양광 발전을 늘리려면 국민들이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하며 이에 대한 동의가 안된다면 더 늘려서는 안된다.

둘째, 하늘이 맑아 1년 중 태양광 발전량이 최대지만 냉난방이 필요없어 전력 수요가 연중 최저인 봄과 가을에는 전력수요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게다가 자가용 태양광이 늘어나 전력수요가 낮아지고 있지만 상업용 태양광 확대로 전력공급은 늘어나 최저 전력 수요 또한 낮아지고 있다. 전기는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도 정전이 발생한다.

따라서 우선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설비를 늘려야 한다. 예를 들어 남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수요가 많은 시간에 공급하는 대규모 배터리, 남는 전기로 하부 저수지의 물을 상부 저수지로 올려놓았다가 수요가 많은 시간에 방류하는 양수발전이 있다. 하지만 배터리는 엄청 비싸며 양수발전소 건설은 10년을 필요로 한다.

셋째, 당장은 발전량을 줄이는 조치가 확대되어야 한다. 화석연료 발전소는 물론 원자력 발전소까지 발전량을 줄이는 조치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올해 봄부터는 태양광 발전의 출력제한이 육지에서 처음으로 시행되었는데 앞으로는 그 횟수가 늘어날 것이다. 태양광 출력 제한은 불가피하므로 사업자도 이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봄 가을 전력수요 관리도 중요한 과제

아쉽게도 우리는 그동안 태양광 보급 확대에 집중하느라 태양광 발전의 증가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아울러 전력정책은 여름과 겨울의 최대 수요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제는 태양광 발전 확대에 따라 봄과 가을의 최저 수요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 실천할 때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