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한은 통화긴축 2년, 중대 갈림길

2023-09-12 11:16:36 게재
한국은행이 통화긴축으로 돌아선지 2년이 지났다. 2021년 8월 당시 기준금리를 연 0.75%로 인상한 결정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에 비해 한발 빠른 조치였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간과하는 듯한 발언을 할 때 한은은 반년 앞서 행동에 옮긴 셈이다. 이러한 조치는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이른바 '빅스텝' '자이언트스텝'으로 뒤?아 온 점을 돌이켜보면 '선견지명'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한은 통화정책은 지난 2년간 비교적 무난했다는 평가다. 중앙은행의 가장 큰 목표인 물가안정에 어느정도 성공했다.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만인 올해 7월 2.3%까지 내려가면서 거시경제 최대 변수인 물가를 안정시켰다.

하지만 최근 통화긴축 2년의 성과가 근본부터 흔들릴 조짐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3.4%로 치솟아 정부와 한은을 긴장시키고 있다. 한은은 8월 물가상승률은 예상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생각보다 높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번 달은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했다. 만약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후반까지 오르면 상황은 달라진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름세로 전환한 점도 부정적이다. 올해 한국경제에서 물가와 수출입 등 거시경제 지표가 그나마 최악을 면한 데는 유가가 비교적 하향 안정화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4분기 물가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했지만 유가는 당국의 기대를 따라주지 않는다.

가계부채 급증도 한은 통화정책의 약발을 무력화하고 있다. 유동성을 줄여 물가를 잡고 금융불안정을 해소하겠다는 통화긴축 2년을 맞아 가계부채 규모는 역대치를 깨뜨렸다. 한은 총재는 "금리가 예전처럼 쉽게 낮아질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지만 약발이 안먹히고 있다.

한은은 또 지난 4월 금통위 때부터 통화정책의 첫 과제를 '물가'에서 '경기'로 옮겼지만 경기회복 낌새도 안 보인다.

한은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연 3.50%로 올린 이후 4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금통위원 전원이 연 3.75%까지 올리는 것도 열어놓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내려가고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잡겠다는 일종의 구두경고인 셈이다. 하지만 효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미국 연준 변수에 이어 연말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금리를 철회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이 현행 통화정책 스탠스로도 이른바 '3고'를 꺾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상황은 벅차 보인다. 이래저래 한은 통화정책방향이 갈림길에 선 모양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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