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수시 경쟁률분석

교과전형 하락, 종합·논술전형 상승세

2023-10-04 11:57:37 게재

2024 수시, 대학별·전형별 경쟁률 특징 … 서울 수도권 대학과 지역 대학 경쟁률 격차 더 커져

2024학년 수시 접수가 끝났다. 올해 고3 학생 수는 39만8271명으로 처음으로 40만명 아래로 내려갔다. 전년 고3 학생 수가 43만1118명이었으니 전년 대비 3만2847명이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가 올해 수시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2024학년 수시 접수 결과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 경쟁률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쟁률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는데 계열별로 보면 인문계열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쉬운 수능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능 이후 면접 있는 종합전형을 비롯해 논술전형에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의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완화와 졸업생의 재도전 증가로 논술전형의 경쟁률은 더 뜨거웠다. 대학별로는 수능에서 과탐Ⅱ 응시 지정을 폐지한 서울대의 수시 경쟁률 상승과 학업우수형과 학교추천의 중복 지원을 금지한 고려대의 경쟁률 하락이 눈길을 끌었다. 2024학년 수시 경쟁률을 대학별·전형별로 분석, 의미를 짚어봤다. 고1, 2가 눈여겨봐야할 지점도 함께 살폈다.

2024학년 대입 수시 원서접수가 9월 15일에 마무리됐다. 서울 주요 대학의 수시 경쟁률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전형별로 살펴보면 교과전형 지원은 감소한 반면 종합·논술전형의 지원은 급증했다. 또한 졸업생도 수시 경쟁률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킬러 문항 배제에 따른 쉬운 수능을 예상한 졸업생 다수가 수시 재도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서울 15개 대학 기준으로 전형별·연도별 경쟁률을 계열을 구분해 살펴보면 교과전형의 경우 인문계열 경쟁률은 2022학년 11.03:1에서 2024학년 7.89:1로, 자연계열도 2022학년 12.45:1에서 2024학년 10.17:1로 하락했다. 종합전형은 인문계열이 2022학년 12.03:1에서 올해 13.82:1로, 자연계열은 13.49:1에서 16.65:1로 상승했다. 정제원 서울 숭의여고 교사는 "지원자와 합격자의 학생부 등급이나 충원율이 공개되면 교과전형이 가장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학령인구 감소나 선택 과목 확대로 등급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도 교과전형 경쟁률에 영향을 줬다. 또 이번 수시에서 논술전형 지원자도 두드러지게 늘었다. 인문계열 경쟁률은 2022학년 52.43:1에서 2024학년 65.20:1로, 자연계열도 2022학년 52.73:1에서 2024학년 62.40:1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조미정 에듀플러스 대표는 "교과전형 합격선에 대한 부담으로 종합전형 지원이 증가한 것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졸업생의 지원율이 높았다고 보고 있다"며 "자기소개서 폐지도 종합전형 경쟁률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입 경험이 있는 졸업생 중 학생부에 강점이 있는 경우 교과와 종합전형에 재도전해 좋은 결과를 얻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재학생 때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불합격했거나 면접에서 떨어진 경우 재도전으로 합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교과전형, 전년도 합격선과 경쟁률 영향 커 = 2024학년 교과전형 경쟁률 하락 원인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재학생만 지원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둔 대학과 전년 지원자나 합격자의 성적이 공개되면서 지원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특히 교과전형은 전년도의 경쟁률이나 합격선이 높았던 대학의 경우 다음해 경쟁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교과전형에서 재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대학 즉 경희대(11.60:1→7.28:1) 고려대(11.32:1→10.31:1) 서강대(9.46:1→8.08:1) 등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경쟁률 하락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특히 고려대는 2023학년에는 졸업생도 지원할 수 있었지만 2024학년에 재학생으로 제한했고 종합전형인 활동우수형과 중복 지원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경쟁률이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고려대와 마찬가지로 재학생 지원만 허용한 연세대 추천형은 경쟁률이 0.36% 상승했다.

하지만 다른 대학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연세대의 교과 성적 반영 방식인 Z점수가 일반고에 유리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고 교과전형이면서 면접을 전형 요소에 포함해 학생들의 부담이 큰 편이다. 올해 연세대 교과전형의 경쟁률이 소폭 상승한 것은 2023학년 입시 결과 1단계 5배수보다 낮은 경쟁률을 보인 학과들이 제법 있었고 1단계를 통과하면 전원 합격할 가능성이 높은 점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예상한다.

경희대 교과전형 경쟁률 하락에 대해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전체적으로 다른 대학도 교과전형 경쟁률이 낮아졌지만 경희대 지역균형의 경쟁률이 눈에 띄게 낮아진 건 사실이다. 이유를 꼽자면 전년도 합격선이 1등급 초반이었던 의학계열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쉬운 수능에 대한 기대심리 상위권 종합전형 경쟁률 상승 = 종합전형 경쟁률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서울대의 경쟁률 상승이 눈에 띈다. 고교별 2명만 지원할 수 있는 지역균형 경쟁률이 3.93:1에서 4.97:1로, 일반전형이 8.12:1에서 10.07:1로 상승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최상위권 학생들의 서울대 지원이 늘었다. 특히 자연계열 경쟁률이 크게 상승했다"며 "서울대가 과탐Ⅱ 1과목 이상 응시를 폐지한 것과 쉬운 수능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서울대에 공격적으로 지원한 결과로 풀이된다"고 전한다.

서울대 인문계열 모집 단위 중 윤리교육과(6.0:1→6.33:1) 사회교육과(3.80:1→4.40:1) 인문계열(3.56:1→4.81:1) 3개 모집 단위만 경쟁률이 증가했고 18개 모집 단위에서는 경쟁률이 감소했다. 반면 자연계열은 식품동물생명공학부(7.38:1→7.0:1) 전기정보공학부(4.74 :1→4.73 :1) 수학교육과(6.0:1→4.50:1) 지구환경과학부(4.40:1→3.40:1) 물리학전공(3.50:1→2.50:1)을 제외하고 모든 학과의 경쟁률이 상승했다. 생명과학부(11.86:1) 응용생물화학부(11.44:1)는 10: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이들 학과는 수능에서 '물리학' 또는 '화학'에 응시하지 않아도 지원할 수 있다. 수의예과(8.50:1) 의예과(8.03:1) 첨단융합학부 (6.87:1) 등도 경쟁률이 높았다.

서울 주요 대학의 종합전형 경쟁률이 전체적으로 상승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과전형 확대로 인한 종합전형 합격선 하락 기대, 올해 수능에 대한 기대감으로 공격적인 지원, 졸업생의 지원 증가, 자기소개서 폐지로 수험생의 부담이 없어진 이유 등을 꼽았다.

◆N수생 확대, 최저 기준 완화로 논술전형 경쟁률 견인 = 수시에서 논술전형을 운영하는 38개교의 논술전형 평균 경쟁률은 41.92:1이다. 1만1348명 모집에 47만5688명이 지원한 결과다. 지난해 1만846명 모집에 43만6552명이 지원한 39.04:1보다 상승했다. 논술전형은 학생부 위주 전형을 지원할 수 없는 수험생에겐 수시에서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전형이다.

논술전형 경쟁률 상승으로는 졸업생의 증가를 꼽는다. 논술고사로 인해 당락이 좌우되는 구조로 졸업생이 재학생보다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수능에 응시한 졸업생 규모는 35.3%로 2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학에 따라 최저 기준을 적용하지 않거나 학생부를 반영하더라도 교과 성적의 실질 반영 비율이 낮아 부담이 덜한 것도 매년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이유다. 수능 이후에 논술고사를 보는 대학은 수능 가채점 결과를 확인한 후 시험 응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논술전형 경쟁률에 영향을 줬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 수시 접수 결과 서울권 대학과 지방권 대학의 경쟁률 차이가 더 커졌다. 서울권 대학은 17.79:1인 반면 지방권 대학은 5.49:1였다. 2021학년 서울권 대학의 경쟁률 14.67:1, 지방권 대학 5.69:1(격차 8.98)이었던 것이 2022학년에 16.06:1과 6.06:1(격차 10.0), 2023학년 16.85:1과 5.77:1(격차 11.08)이었음을 고려하면 2024학년 격차가 12.30으로 더 벌어졌다. 오창욱 광주 대동고 교사는 "서울권 소재 대학으로 집중하는 양상은 올해 더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김기수 기자·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