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표 쉼터 음주문화 뿌리 뽑는다

2023-12-28 10:37:01 게재

중랑구 면목역 광장 '금주 구역' 지정

개방형 공간으로 새단장, 주민에 공개

"이건 참 잘한 일입니다. 그런데 정말 음주 문화가 사라질까요?" "회장님과 주민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셔야 합니다. 저희가 열심히 할 테니 함께 지켜봐 주십시오." "아이고~ 이렇게 해놓으니 너무 좋네요." "감사합니다. 함께해주십시오."
류경기 중랑구청장이 새롭게 단장한 면목역 광장을 찾은 주민들에게 재정비 사업과 금주구역 지정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중랑구 제공


서울 중랑구 면목본동주민센터 지근거리에 있는 지하철 7호선 면목역. 도시철도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서면 2664.7㎡에 달하는 탁트인 공간이 시민들을 맞는다. 중랑구 관문이자 주민들 만남의 광장, 지역을 대표하는 쉼터인 면목역 광장이다.

28일 중랑구에 따르면 이달 새롭게 태어난 면목역 광장이 주민들 호응을 얻고 있다.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시민과 저녁시간대 귀가하는 청소년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데 그간 음주와 이로 인한 다툼 등 일부 무질서한 이용자들이 있어 보는 이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구는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공간이 많아 문제가 커졌다고 판단, 개방형으로 다시 조성해 지난 6일 준공식과 함께 주민들에게 공개했다.

면목역 광장은 2006년 근린광장으로 출발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시설이 낡은데다 운동시설과 공연 무대를 비롯해 보도를 점령한 거리가게, 겹겹으로 설치된 자전거 거치대 등으로 인해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폐쇄형 광장은 곧 음주자들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한두명씩 모여들어 술을 마시면 다툼으로 이어졌고 경찰이 출동하기 일쑤였다.

저녁시간대 광장 이용자는 10명 중 6명 이상이 고시원에 거주하거나 거리를 떠도는 노숙인이었다. 알코올 의존증이 심각하고 경찰 단속에도 반발이 심해 주민들 불안감이 컸다. 주민들은 "음주 후 싸우는 걸 매일 봤고 피 흘리는 모습이나 병 깨지는 소리가 일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주민은 "아이들이 밤 9~10시에 귀가하는데 광장을 통과하지 않고 빙 돌아 다녀야 할 정도"라며 "학부모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까웠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구는 광장 구조를 개방형으로 바꾸는 안을 마련하고 주민들과 머리를 맞댔다. 주민들은 '숨을 곳이 많은 광장'을 우선 문제로 꼽았다. 무대를 앉거나 눕기 어려운 재료로 바꾸고 앉는 공간도 최소화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광장을 감싼 나무를 다듬어 최대한 환한 느낌을 더하고 아예 금주구역으로 지정해 단속하자는 제안도 더해졌다. 류경기 구청장은 "주민들이 모이고 공연을 즐기며 즐겁게 활용해야 할 광장인데 음주자 관리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며 "광장을 비우자는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근거를 살폈다.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로 포괄 가능하다고 판단해 설명회를 열고 주민들 의견을 들었다. 96.3%에 달하는 주민들이 금주구역 지정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구는 지난 4월 부구청장을 단장으로 하는 면목역 광장 환경개선 대책반(TF)를 꾸리고 재정비 작업을 준비했다. 7월에는 금주구역 지정을 마쳤고 8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무대와 광장 단차를 없애고 각종 시설물을 제거해 공간 전체를 비웠다. 각종 행사에 대비해 대형 전광판도 마련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금주구역 지정으로 광장에서 술을 마시는 순간부터 경찰과 공무원이 개입할 수 있게 됐다"며 "노숙인 문제는 정신건강과 일자리 등 개별적으로 접근해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는 "면목역 광장이 주민들이 마음 가볍게 찾을 수 있는 쉼터로 돌아온 만큼 면목동과 중랑구의 보물로 자리매김하도록 주민들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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