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100일 전, 전망 포인트 | ⑤ '행동하는 부동층'은 어디로

진보·보수 성향 부동층 '10%', 누가 투표장에 나오게 할까

2024-01-05 11:44:31 게재

정치에 관심 있는 부동층 11% '집중공략' 대상

중도층 중에서도 3명 중 2명 '정치 관심' 응답

상대 당선 막기 위한 네거티브 경쟁 과열 가능성

"비정형화된 부동층, 공정·정의 공천으로 평가"

22대 총선 승리를 위해 거대양당이 지지층 결집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승패를 가를 주역으로 부동층이 꼽힌다. 이들의 규모는 20~30% 정도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개표 |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일인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레포츠센터실내배드민턴장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아직 지지 정당을 정하지 않은 부동층 중에서 상당수는 실제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정치 무관심층'이거나 '정치 외면층'에 속한다. 실제 투표장에 나갈 가능성이 높은 부동층의 선택이 선거 결과에 중요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부동층은 내심 진보나 보수 등 이념성향을 갖고 있거나 정치에 관심이 있는 부류다. 따라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진보 성향의 부동층'과 '보수성향의 부동층'을 얼마나 투표장에 나와 투표하게 만드느냐에 맞춰 총선 전략을 짜야 한다는 분석이다. 상대방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도 주요 전략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5일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 첫 주와 둘째 주에 각각 전국 성인 1001명씩 모두 2002명을 상대로 정당 지지도를 물어본 결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35%와 34%로 나왔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과 '모른다'거나 응답을 거절한 무관심층 등 부동층이 26%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동층을 이념별로 분류하면 42%가 중도이고 보수와 진보가 각각 20%, 19%였다. '모름'이나 '응답거절'은 19%였다. 응답자 전체(2002명) 중에서 부동층을 지지성향 별로 분류하면 진보와 보수가 각각 5%씩 이다. 전체 응답자의 10%가 이념 성향이 강한데도 아직 지지정당을 정하지 못한 셈이다. 중도는 11%, 모름이나 응답거절은 5%였다.


지지층 결집 중심의 선거를 펼치게 된다면 우선 부동층 중에서 이념 성향이 있는 유권자가 투표장에 가장 많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 다음이 중도층일 가능성이 높다.

부동층 중에서 정치에 관심이 많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1%, 약간 있다는 대답은 32%였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는 비율이 43%인 셈이다. 별로 없다(38%)거나 전혀 없다(모른다 포함, 19%)는 등 '정치 무관심층'이 57%로 절반을 넘었다. 전체 여론조사 대상자 중 차지하는 비중은 정치 관심층(많이 관심 3%, 약간 관심 8%)이 11%였고 별로 관심이 없거나(10%), 전혀 관심이 없는(5%) 무관심층은 15%였다. 거대양당은 정치관심층 11%를 주요 타깃으로 삼을 전망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무당층이나 중도층 등 아직 지지정당이나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거나 지지 여부가 다소 느슨한 유권자는 실제 투표장에 투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이념 성향이 있고 정치에 관심이 있는 유권자는 이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투표장에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가 선거 승패의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중도 3명 중 2명 "정치 관심" = 부동층과 겹칠 수 있지만 이념적으로 중도성향을 가진 유권자의 표심도 선거 결과에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전체의 31%에 속하는 중도층 중에서 지지정당이 없거나 대답을 거절한 부동층은 33%였다. 중도층의 지지정당을 보면 민주당 37%, 국민의힘 26%, 정의당 5% 순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비중을 보면 부동층은 10%였다. 민주당 지지층이 12%, 국민의당 지지층이 8%였다. 정의당은 1%에 그쳤다.

중도층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를 보면 관심이 많다(19%)거나 약간 있다(48%)는 대답이 67%로 3분의 2에 달했다. 별로 없다(25%)와 전혀 없다(8%)는 33%였다.

중도층의 정치 관심도를 전체 응답자 중 차지하는 비율로 따져보면 관심이 있다(많다 6%+조금 있다 14%)는 응답이 20%였다. 별로 없다(8%)와 전혀 없다(3%)를 합한 정치 무관심층 비율은 11%에 그쳤다.

이현우 교수는 "거대양당 구조의 선거에서는 지지층 결집이 중요한 전략이지만 중도층이나 무당층 등 부동층의 지지를 끌어내야 이길 수 있다"면서 "중도층이나 부동층 중에서도 이념성향이 있거나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사람이 실제 투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끌어오거나 나가지 못하게 하거나 = 아직 지지정당을 정하지 않은 부동층의 주목을 끌 방법은 무엇일까. 정당 입장에서 선거 승패만 고려보면 이념이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있지만 지지정당을 아직 정하지 못한 부동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진보, 국민의힘은 보수 성향이 있는 부당층을 공략하는 것이 득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상대방지지 성향의 부동층이 상대방을 지지하기 위해 투표장에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문제는 부동층이 정형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양한 요구와 시각을 갖고 있어 이들만을 겨냥한 정책이나 행보를 내놓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공정 정의 등 가치를 공천이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제대로 보여주는 게 이들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대방이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한' 투표를 강요하려는 '네거티브 전략'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어느 정당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혁신공천에 성공할 지, 공천 과정에서 불거질 파열음과 원심력 등에 따라 선거판은 여러 차례 출렁일 것"이라고 했다. 이현우 교수는 "청년층과 같이 정형화돼 있지 않은 게 중도층 그리고 부동층"이라며 "이들에게 딱 맞는 정책을 만들려고 생각하면 오히려 잘못 짚을 수 있어 보편적인 공천 과정에서의 정의나 공정, 발언이나 행보의 적절성 등이 주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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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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