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가 미래를 이끈다 ③

정부 수소차 로드맵 8월까지 확정

2015-02-04 14:24:11 게재

친환경차 R&D 예산은 2011년 690억원에서 2015년 240억원으로 '역주행'

정부가 수소연료전지자동차에 대한 청사진과 활성화방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연구원들이 '투싼IX' 수소연료자동차에 들어갈 스택(발전기)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제공


박연재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는 로드맵이 수립돼 있지만 수소차에 대해서는 사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서 "올 7~8월까지 정부 합동으로 수소차 보급 로드맵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로드맵에는 보급 목표, 보조금 운영, 인프라(수소충전소) 구축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2월 중 수소차 보급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지난 2013년 수소충전소를 2020년까지 10개, 2025년까지 200개 설치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수소차(투싼ix) 가격이 대당 1억5000만원임을 전제했던 것으로, 수정·보완이 불가피하다.

◆"한국 첫 양산이후 일본이 치고 나가는 상황" =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도요타가 '미라이'를 선보이고, 현대차가 2월초 '투싼ix' 가격을 43% 인하하는 등 최근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 대통령까지 참석해 열린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광주를 수소자동차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하지만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수소차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선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우리나라가 수소차 양산은 세계 최초로 성공했지만 보급과 확산에선 일본이 치고나가는 상황"이라며 "한국이 수소차의 선도자가 되려면 민관이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정부의 친환경차 연구개발(R&D) 예산은 2011년 690억원에서 2013년 460억원, 2015년 240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이중 수소차 관련 예산은 2011년 16억원에서 2013년 12억원으로 감소했다가 2015년 37억원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100kw급 자동차용 연료전지 스택부품 국산화 등 연구개발에 주력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미약한 구조다.
 

◆"앞으론 세분화된 기술개발 필요" = 손영욱 산업기술평가관리원 그린카PD(Program Director)는 "100년이 넘는 세계 자동차산업 역사보다 앞으로 몇 년이 더 많이 변화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있어야 수소차 분야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PD는 "갈 길이 바쁜데 (정부 R&D 예산 감소는)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앞으로는 좀 더 세분화된 기술개발이 필요하며, 중소·중견 부품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모든 부품을 대기업이 개발할 수는 없으며,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 정부가 정책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수소차가 대중화시대를 열려면 수소의 효율과 질(質), 가격, 충전소 등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휘발유차와 똑같이 충전소(주유소)가 많이 있어야 수소차 보급이 늘어나지 않겠냐"며 "수소충전소 1곳 건립에 20억~30억원 소요된다. 정부와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건립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수소차 충전소는 서울 양재동과 상암동, 경기도 용인 등 전국 11곳에 설치돼 있다. 일반 주유소가 전국에 1만3000여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수소차를 사더라도 충전소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소를 한번 충전하려면 3~5분 소요되며, 충전 비용은 2만∼3만원 수준으로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도요타, 연료전지버스·수소지게차도 추진 = 반면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지원 제도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해외사례도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보조금 제도를 시행해 대당 200만∼300만엔의 보조금(지방 정부 별도)을 지급할 예정이다. 관공서 공용차로도 수소연료전지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수소 충전소는 올해 100기에서 2025년까지 1000기, 2030년까지는 3000기로 늘릴 계획이다. 1곳당 5억엔이 소요되는 충전소 설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대 2억8000만엔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며 2010년부터 입지와 안전, 운영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약 670만엔(약 6217만원)에 출시된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가 한달 만에 당초 판매 목표(400대)의 4배에 육박하는 1500대가 계약된 것도 가격뿐만 아니라 수소 인프라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도요타는 올 가을부터 미국과 유럽에 수소차를 공급할 계획이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북동부 지역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유럽에서는 영국, 독일, 덴마크가 대상지다.

도요타는 나아가 연료전지버스와 수소지게차 출시계획을 세우고, 현재 기술개발 중이다.

덴마크는 올해 말까지 코펜하겐 등 인구밀집도가 높은 대도시를 기점으로 반경 150㎞마다 1곳씩 수소 충전소를 구축하는 등 수소차 확산에 나서고 있다.

한편 도요타와 BMW는 2013년부터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르노닛산과 벤츠다임러, 포드 등 3개사도 2012년말 연료전지차량 공동개발을 추진키로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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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안병기 현대자동차 연료전지개발실장] "현대차는 수소차 글로벌 리더"


["수소차가 미래를 이끈다" 연재기사]
- ① 2020년 수소차시장 13조원 전망 2015-02-02
- ② 5년내 수소차 대중화시대 열린다 2015-02-03
- ③ 정부 수소차 로드맵 8월까지 확정 2015-02-04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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